공급망을 둘러싼 경쟁은 비단 국가 차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글로벌 기업들이 최전방에 서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생산기지의 탈(脫)중국 행렬이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마치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모두 자국으로 돌아가거나 제3국으로 옮긴다는 느낌을 준다. 애플·구글·캐논·폭스바겐 등이 중국 내 일부 생산기지를 폐쇄했거나 인도·베트남으로 옮겼다고 하고, 중국에 진출한 940여 개 일본 기업들이 최근 2년간 중국을 떠났다는 보도도 있다. 삼성전자·LG전자·현대차 등 우리나라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의 탈중국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는 중국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가 태국에 이어 베트남에, 그리고 디스플레이 기업 BOE도 베트남에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탈중국 러시(Rush)를 넘어 엑소더스(Exodus)가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글로벌 기업들의 이러한 탈중국 행렬을 보면서 적어도 세 가지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선,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는지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 인건비가 너무 올라서라든지, 미-중 관세 분쟁으로 대미(對美) 수출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 코로나19 관련 중국의 예측 불가능한 봉쇄조치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곤란한 점,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지원과 소비자들의 편파적 상품구매로 토종기업들과의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는 점도 지적한다. 그렇다면 이런 탈중국 이유들이 우리나라엔 해당되지 않을까? 우리에게도 이런 요인들이 있다면 국내 외국인 투자기업들이 떠날 위험은 없을까? 남의 나라 일이라고 방관하지 말고 차제에 국내 관련 여건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둘째, 과연 글로벌 기업들이 모두 중국을 떠나는지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중국 정부 통계에 의하면 글로벌 기업들의 탈중국 행렬과는 달리 중국 내 외국인직접투자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0년에도 중국의 외국인투자 유치액은 전년보다 소폭 늘어난 데 이어 2021년 21%, 2022년 8%(1891억 달러)가 늘어났다. 국가별로는 한국(64%)·독일(53%)·영국(40%), 업종별로는 제조업 분야(46%)의 증가세가 컸다고 한다. 이들은 바보여서 중국에 투자를 늘린 걸까? 분명 아닐 것이다. 앞에서 지적한 탈중국 요인들이 있긴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18조 달러의 세계 2위 거대시장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중국 진출방식을 재설계해야 할 전환기에 있다. 저렴한 인건비에 의존해서 제3국 수출용 물품을 만들기 위한 투자라면 한계가 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외국인투자를 장려하는 첨단기술 분야, 현지 토종기업이나 외국계 기업들과 공급망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중간재 분야, 중국 내수시장을 목표로 하는 투자라면 결코 멈춰서는 안 된다. 다른 기업들의 탈중국 행렬을 무작정 따라 할 것이 아니라 중국시장의 변화에 맞는 올바른 대응이 필요하다.
셋째, 탈중국 하는 글로벌 기업들과 한국 기업들을 우리나라로 유치할 수는 없을까, 이러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고민해야 한다. 이와 관련 탈중국 글로벌 기업들의 주요 이전지역을 보면 생산기지로는 풍부한 인력과 큰 잠재시장을 갖춘 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 등이 선호되고, 첨단서비스나 연구개발 분야에는 싱가포르가 우선순위에 놓여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후보지에서 다소 밀려 있다. 지난 10년간 국내로 복귀한 기업이 126개에 불과하고, 코트라(KOTRA)의 해외진출 기업에 대한 조사결과 국내복귀 의향을 가진 기업이 4.5%밖에 안 되는 이유를 돌아봐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에 싱가포르가 인기 있는 이유로 고급인력과 지정학적 연결성(connectivity)이 꼽힌다. 무역협회 보고서에서는 외국인투자 유치방안으로 영어소통능력, 고용환경, 조세제도, 규제개혁 등의 개선을 제시한다. 이젠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나라는 중간재 수출 비중이 70%가 넘어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탈중국을 그저 남의 일로 치부하지 말고, 거기에서 귀중한 교훈을 얻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