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규모 1ㆍ2분기 증가한 뒤 3ㆍ4분기 내리 감소
하반기 투자액만 1.8조↓…중기부 “미국 등 대비 감소율 양호”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 규모가 전년 대비 1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모태펀드 예산 삭감과 3고(고물가ㆍ고금리ㆍ고환율) 등으로 투자심리가 잔뜩 움츠러들면서 하반기에만 무려 2조 원 가까이 투자액이 급감했다.
29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2년 벤처투자 규모는 6조7640억 원으로 전년(7조6802억 원) 대비 11.9%줄었다. 역대 최대였던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지만 투자액은 전년 대비 1조 원 가까이 급감했다.
벤처투자 시장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3분기부터다. 1분기 벤처투자 규모는 2조 221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5%(9027억 원) 증가했다. 2분기 역시 1.4% 늘어난 1조9315억 원을 기록했다. 2분기 실적으로는 최대 규모다.
그러나 3분기 벤처투자 규모는 1조2843억 원으로 38.6% (8070억원) 뒷걸음질 쳤다. 4분기 투자액은 1조3268억 원으로 직전 분기보다는 소폭 늘었지만 전년 동기(2조3649억 원)와 비교하면 1조381억 원(43.9%) 급감했다. 사실상 반토막 수준이다. 3, 4분기 하반기 투자 감소액만 2조 원에 달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시장경색 이전에 검토했던 투자 건들이 상반기까지는 집행이 된 반면 3분기 들어서는 고물가, 고금리 등이 벤처투자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면서 “다만 지난해 벤처투자가 미국은 30.9%, 이스라엘은 40.7%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국내 벤처투자 감소율은 상대적으로 작았다”고 평가했다.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국내 벤처캐피탈들의 적극적인 투자처 발굴과 출자자 모집이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정부가 모태펀드 예산 규모를 급격히 줄인 게 벤처 투자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모태펀드는 정부가 VC(벤처캐피탈) 등으로 구성된 투자조합에 출자를 하고, 이를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중기부의 올해 모태펀드 예산은 3135억 원으로 작년보다 40% 가까이 감소했다. 2020년과 비교하면 70% 이상 급감한 수치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모태펀드가 벤처 투자시장의 마중물로 통하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손을 놓는 순간 벤처투자 시장도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투자규모를 업종별로 보면 ICT 서비스, 유통ㆍ서비스, 바이오ㆍ의료 3개 업종에 전체 투자의 70.5%가 집중됐다. ICT 서비스 업종에 가장 많은 2조3518억 원(34.8%)이 투입됐다. 이는 전년보다 3.2%(765억 원) 감소한 규모다.
바이오ㆍ의료 투자는 1조1058억 원을 기록했다. ICT 서비스, 유통·서비스(1조 3126억 원)에 이어 많아 투자액이 몰렸다. 다만 상장 바이오 기업의 주가하락, 기술특례상장 심사 강화 등으로 투자규모는 전년 대비 34.1% 줄었다.
반면 영상ㆍ공연ㆍ음반 업종은 4604억 원으로 2021년 대비 10.6%(443억 원) 늘었다. K-팝, K-드라마 등 한류 영향으로 엔터ㆍ영상콘텐츠주가 선방한 데다 거리두기 해제로 영화 관람이 회복세를 보인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업력별로는 창업 초기기업(업력 3년 이하)에 대한 투자가 증가세를 보였다. 초기기업 투자(2조50억 원)가 전년 대비 7.8% 늘면서 처음으로 2조 원을 넘어섰다. 다만 중기(업력 3~7년ㆍ2조7305억 원)와 후기(업력 7년 초과ㆍ2조285억 원) 기업 투자는 각각 21.6%, 13.3% 감소했다. 가격협상 여지가 많고, 중ㆍ장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초기기업에 상대적으로 많은 투자액이 몰렸기 때문으로 중기부는 보고 있다.
지역별로는 그간 벤처투자가 활발했던 수도권을 중심으로 크게 떨어졌다. 총 4조9485억 원으로 14% 가량 줄었다. 5대 광역시는 6692억 원으로 6.2% 감소했고, 그 외 지방은 5199억 원으로 8% 줄었다.
조주현 차관은 “최근 (투자규모) 감소세가 심화하고 있어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녹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