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CGV 데이터전략팀 분석에 따르면 4일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개봉 3주 차인 25일을 기점으로 1020 세대 여성 관객 비중이 17.5%까지 늘어났다. 개봉 당일 전체의 5%에 불과했던 데 비하면 세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는 개봉 초반 흥행을 주도한 30대 남성, 40대 남성의 같은 기간 관람 비율과 유사한 수준까지 상승한 것이다.
CGV에 따르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개봉 1주 차 관람객의 성비는 7:3으로 남성이 더 많았지만, 3주 차에 접어든 시점에는 5:5까지 비등해졌다. 여기에 1020 세대 여성 관객의 유입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영화관으로서도 흥미로운 지표다. CGV 관계자는 “개봉 초기 3040 세대와 남성 관객이 이 영화를 많이 찾는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었다면, 개봉 2주를 지나면서 20대 여성 관객 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한 점은 색다르다”면서 “작품의 입소문이 예상치 못한 타깃까지 끌어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경숙 만화평론가는 27일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원작 ’슬램덩크’가 워낙 인터넷 밈이나 ‘짤방’으로 많이 소비됐기 때문에 (인터넷에 익숙한) 1020 세대 여성에게도 완전히 거리가 먼 작품은 아니었다”면서 “매력적인 캐릭터와 관계성을 구축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성별을 불문한 대중에게 소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시일이 지날수록 자막보다 더빙 상영 비율이 높아지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성인용 애니메이션의 경우 통상 원작의 정체성을 잘 담고 있는 자막 상영이 선호되는데,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한국어로 송출됐던 TV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세대의 추억을 자극하면서 더빙 선호도가 더 높다는 평가다.
실제 자막 상영에서는 주인공의 이름이 ‘미야기 료타’(송태섭), ‘사쿠라기 하나미치’(강백호) 등으로 불리지만 더빙 상영에서는 ‘송태섭’, ‘강백호’ 등의 익숙한 한글 이름으로 호명된다. 송태섭 역에 엄상현 성우가, 강백호 역에 강수진 성우가 목소리 출연해 호평 받고 있다.
CGV 관계자는 “개봉 첫 주 자막판과 더빙판의 비율이 6:4 정도였다면, 2~3주 차에는 5.5:4.5, 4주 차부터는 6:4로 역전됐다“면서 “더빙 수요가 많아져 비중을 높여가며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려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