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英 염두에 두고 추진 중"
튀르키예·체코서 힘 실릴 가능성↑
한전 "세부 내용 언급하긴 이르다"
UAE와 한국 공공기관, 기업이 영국·튀르키예 등 해외 원전 수주에 손을 맞잡기로 했다. 구체적인 방향이나 시기 등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세부 논의를 진행해 협의가 이뤄지면 남은 수주전에 함께 뛰어들 전망이다. 만약 UAE의 협력이 더해진다면 기술력이 충분한 한국 원전의 수출길이 활짝 열릴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아부다비 알다프라에 있는 바라카 원전을 찾아 UAE와 '제3국 원전 수출'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등 팀코리아가 최초로 수주한 바라카 원전의 성공을 바탕으로 UAE와 협력해 또 다른 해외 원전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다.
윤 대통령의 의지와 달리 UAE와 협력해 수주전에 참여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력은 자금이 풍부한 UAE가 원전 건설에 필요한 금융을 조달하고, 기술을 갖춘 한전과 한수원 등 팀코리아가 원전을 짓는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수익금 배분 등 양측의 세부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15일 한전과 한수원은 UAE 원자력에너지공사(ENEC)와 '넷제로 가속화 프로그램 업무협약(MOU)'를 맺고 원전 제3국 공동진출에 힘을 모으기로 했지만, 세부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한전 관계자는 "아직까진 말 그대로 MOU다. 지금 단계에선 세부적인 방법이나 내용을 언급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UAE랑 긍정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신호탄은 맞다. 노력하기 나름이지만, 결론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만약 협의가 이뤄져 UAE와 함께 원전 수출을 진행한다면 경쟁국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나 중국 등 해외로 원전 수출을 많이 하는 국가는 자금을 직접 투입해 원전을 지은 후 수익금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이윤을 챙겼다. 한국 역시 UAE의 자금 조달이 이뤄진다면 원전 건설 후 수익금을 챙길 수 있다. 원전 일감은 물론 원전 가동을 통한 수익까지 얻게 되는 것이다.
기술력을 갖춘 한국이 자금까지 얻는다면 원전 건설을 희망하는 국가로선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미 해외에선 바라카 원전 건설을 계기로 한국의 기술력, 신속함에 대한 신뢰가 커졌다.
정부는 영국, 튀르키예 등 원전 수주전에서 이 같은 모델을 활용할 계획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영국을 염두에 두고 (UAE와 원전 수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실질적인 논의가 많이 이뤄졌고 서로 협약도 맺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 관계자도 "(한국과 영국) 정부 간 원전 사업 참여에 대한 관심도를 표명한 상태이며 실무진에서 접촉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사업모델이나 세부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다.
UAE의 협력이 더해지면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원전 생태계 복원 등 원전 정상화 정책엔 속도가 붙게 된다. 정부는 지난해 이집트 엘다마 원전 일감 수주, 폴란드 민간 발전사 주도 원전 수주 등 성과를 이뤘다. 올해는 체코 원전 수주, 추후 필리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임기 내에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세웠다.
한편, 윤 대통령이 언급한 UAE 내 추가 원전 협력은 소형모듈원자로(SMR) 관련 사업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UAE 내에 바라카 원전 외 추가 수주는 검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