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내내 강력했던 ‘킹달러’가 잠잠해지자 그간 부진했던 ‘금’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을 피하기 위한 수요가 금으로 몰리는 모습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금 관련 ETF상품인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는 지난해 10월 이후 21.33%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해당 ETF는 S&P GSCI GOLD Index Excess Return을 2배로 추종한다.
같은 기간 S&P GSCI Gold Index를 추종하는 KODEX 골드선물(H)도 10월 이후 11.26%의 등락률을 나타내고 있다. TIGER 금은선물(12.65%), TIGER 골드선물(11.09%) 도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10월 이후 금 관련 ETF 상품 4개의 수익률은 14.08%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의 수익률이 6.38%인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반면 금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S&P GSCI GOLD Index Excess Return를 역으로 추종하는 KODEX 골드선물인버스(H)는 같은 기간 -10.80%를 기록했다.
지난해 내내 부진했던 금 가격이 9월말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이어온 것이 ETF 수익으로 이어진 모습이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 가격 1876.3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저점인 9월말 1622달러 대비 15.6% 상승한 것으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주요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거나 보합 중인 것과 비교하면 분명한 상승세다. 지난해 금 가격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해 3월 2050달러로 급등한 후 줄곧 하락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킹달러’로 군림했던 달러가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정점을 지난 점이 금 강세의 요인으로 풀이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은 크게 보면 안전자산 수요,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 산업용 수요에 영향을 받는 동시에 달러화 흐름에도 변동하는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연초 들어서도 금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배경에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감과 이에 따른 달러 추가 약세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중국의 경기 모멘텀 강화 기대감도 금 선호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연구원은 “중국 경기 정상화 기대감은 증시의 반등과 위안·달러 급락, 위안화 가치 급등을 통해 가시화되고 있는 중”이라며 “중국 경기 회복에 따른 산업용 수요 증가 기대감이 금 가격 랠리를 더욱 지지해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