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치 곤란이던 폐플라스틱이 이제 없어서 못 구하는 귀한 몸이 됐다. 석유화학업계가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뛰어들면서 폐플라스틱 수요가 치솟고 있는 탓이다.
3일 환경부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압축 페트(PET)의 국내 평균 가격은 ㎏당 451.7원으로 1년 전(㎏당 334.9원)보다 34.8% 올랐다. 2년 전(㎏당 211.1원)과 비교하면 113.9% 증가한 것으로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었다.
다른 폐플라스틱 소재도 마찬가지다. 폴리에틸렌(PE) 플라스틱을 세척·분쇄한 PE플레이크는 지난달 ㎏당 727.4원으로 1년 전보다 24% 올랐다. 폴리프로필렌(PP)을 분쇄한 PP플레이크는 613.9원으로 같은 기간 15% 상승했다.
폐플라스틱 가격이 오른 건 국제유가와 수요의 영향을 받았다. 최근 국제유가가 오르며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친환경 사업 확대에 따라 폐플라스틱 수요가 폭등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연구조사본부장은 “친환경 제품에 대한 고객의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폐플라스틱 등 재생 원료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화학적 재활용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며 업계에서 원료 확보 경쟁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폐플라스틱을 세척해 가공·재생산하는 물리적 재활용 방식에서 나아가 열분해와 화학 공정을 통해 원료 상태로 되돌리는 화학적 재활용 사업도 확대되는 추세다.
롯데케미칼은 2024년까지 1000억 원을 투자해 울산에 11만 톤 규모의 화학적 재활용 페트(PET)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울산공장 내 기존 페트 생산공정을 모두 화학적 재활용 공정으로 전환해 34만 톤 규모의 재활용 페트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은 울산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2025년 하반기까지 연간 6만6000톤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는 열분해 처리시설을 건립할 예정이다.
LG화학도 충남 당진에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공장을 짓기로 했다. 올해 1분기 착공해 2024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한다. 금호석유화학도 폐폴리스틸렌(PS) 열분해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폐플라스틱 시장은 앞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컨설팅 업체 삼일PwC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21년 424억 달러(약 56조 원)에서 2027년 638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