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투자하는 대기업의 세액공제율을 기존 8%에서 15%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올해 적용되는 추가 투자 증가분에 대한 혜택을 고려하면 최대 25%까지 세액공제율이 확대되는 셈이다. 또한, 올해에는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도입해 일반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2%포인트(p)씩 높여주기로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3일 열린 대통령 주재 제1회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반도체 등 세제지원 강화 방안'을 보고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련 브리핑에서 "반도체는 2022년 수출의 18.9%, 설비투자의 17.7%를 차지하는 우리 경제의 핵심 중추산업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 및 국가안보, 생존과 직결되는 전략자산"이라며 "정부는 반도체 산업과 이차전지 등 국가전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함께 기업의 전반적인 투자심리를 회복하기 위한 획기적인 세제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하기로 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세액공제율은 기존 8%에서 15%로 높여주고,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확대한다. 가령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생산시설에 1조 원을 투자할 경우, 정부안 기준으로 투자액의 15%인 1500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올해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투자 증가분에 대한 10%의 추가 세액공제율까지 감안할 경우, 대기업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최대 35%의 세액공제율을 적용받게 된다.
아울러 정부는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올해 1년간 한시적으로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도입하고, 일반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2%p씩 상향하기로 했다. 임시투자세액공제는 투자 업종이나 목적과 상관없이 기업 투자에 일정 수준의 추가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일반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은 3%로 확대되고,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7%, 12%로 확대된다. 신성장·원천기술 세액공제율의 경우, 대기업은 6%, 중견기업은 10%, 중소기업은 18%로 올린다.
정부는 이번 세액공제율 확대를 통해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투자에서 3조6000억 원 이상의 추가 세부담 감소 혜택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세액공제 혜택이 확대되면서 세수에는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연도별로 2024년 3조6500억 원, 2025년과 2026년에는 각각 1조3700억 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봤다.
세수 감소와 관련해 추 부총리는 "(개편안으로) 투자를 확대해서 우리의 수출, 일자리 창출을 확대하고, 기업의 매출과 이익 증대를 가져올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될 것"이라며 "이것이 곧 앞으로 기업이 성장을 통해서 우리 세수 확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1월 중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마련해 조속한 국회 통과를 추진할 계획이다. 추 부총리는 야당이 개정안에 반대할 가능성과 관련해 "국가전략기술에 관한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야당에서도 충분히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 설비투자의 진작 필요성, 그리고 국가전략기술 등에 대한 투자 확대 필요성 등에 관해 적극 설명드리고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정부는 지난해 12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법이 통과된 지 11일 만에 추가 감세 방침을 공식화했다. 앞서 정부는 반도체·배터리·백신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대기업의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6%에서 8%로 높여주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고, 지난달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반도체특위에서 제안한 세제 지원안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기재부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반도체 등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당초 국민의힘 반도체특위는 투자세액 공제율을 대기업 20%, 중견기업 25%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대기업 설비투자 공제율을 10%까지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