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매출 60%·유동인구 30% 사라진 ‘이태원 상권’…“연말 대목도 없어요”

입력 2022-12-2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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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이후 이태원 일대 상권 ‘침체’
이태원 상권 회복자금 68억원 신청
“당장은 상권 활성화 쉽지 않을 듯”

▲2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가 연말 대목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2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가 연말 대목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연말연시 대목을 맞아 거리마다 시민들이 붐비고 있지만, 이태원 일대 상권은 여전히 참사의 상흔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태원 일대 상인들은 상권 회복자금을 신청하거나 길거리에 나서 호객행위를 하는 등 온갖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상권을 살리기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상권 회복은 어렵기 때문에 여러 지원이 잇따라야 한다고 제언했다.

26일 오전 11시 30분께 방문한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일대에는 거리를 거니는 시민 한 명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대부분 저녁에 문을 여는 가게들이 많은 것도 원인 중 하나지만, 점심 장사를 하는 가게에도 빈자리가 가득했다.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서만 간간이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태원 일대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요새 많이 어렵다. 원래는 새벽 시간에도 간간이 매출을 올렸는데 사람들이 아예 오질 않는다”며 “연말연시 대목이라는 말도 슬프게만 느껴진다”고 말했다.

성탄절을 기념해 트리나 리스 등 장식으로 가게를 꾸며둬도 손님들의 발걸음을 유도하긴 쉽지 않다. 잡화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역에서 나오는 유동인구가 많아서 가방이나 신발을 많이 팔았었다”라며 “장식품으로 가게를 꾸미긴 했는데 요새는 마냥 밖에만 쳐다보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태원 상권 회복자금에 상인 몰려…“228건·68억 신청”

▲2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살펴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2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살펴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실제로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16일 마감된 이태원 상권 회복자금에 228건, 68억4000만 원이 신청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시는 이태원 일대 소상공인을 위해 업체당 최대 3000만 원·연 2%대 긴급 자금융자와 매출 활성화 방안 등 투트랙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이태원 일대 소상공인 매출은 참사 이전인 10월 넷째 주 대비 11월 둘째 주 최대 62%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태원1동의 유동인구도 같은 기간 29.8%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태원 상인들이 하루빨리 위기를 극복하고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 계획을 마련하게 됐다”라며 “다만 근본적으로 상권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매출이 증대돼야 한다. 시의 정책이 매출 증대의 뒷받침을 하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아직 이태원 일대에 가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지만, 이태원 상권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라도 찾는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민주(가명·29) 씨는 “연말에 친구들 모임을 죄다 이태원 맛집으로 가자고 이야기하는 중”이라며 “즐겁게 놀았던 추억이 가득했던 곳이라 더 마음이 쓰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태원 일대를 걷고 있었던 이준후(34) 씨는 “요즘 이태원에 점심 시간대에는 문을 연 곳도 잘 없고, 사람도 없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오늘은 일부러 가족들과 함께 찾아왔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도 이태원 맛집을 추천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 자주 갔던 곳인데, 이번에 이벤트 한다고 하네요”, “사장님 힘내세요. 연말에 방문할게요” 등의 글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상인·유족, 상권 활성화 위해 맞손…“지속적인 지원 필요”

▲2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한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살펴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2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한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살펴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태원 일대 상인들과 유족들은 상권 회복을 위해 서로 손을 잡았다. 23일에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시민대책회의가 ‘희생자의 온전한 추모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장 및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며 추모공간 정비, 인근 상권 회복을 위한 협약서를 작성했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쌓여있던 추모 메시지와 물품 등도 정리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임시 보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참사 발생 이후 이태원 일대 상권이 당장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참사 발생 이후 이태원 상권을 당장 살리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중(코로나19)으로 인해 젊은 사람들도 집이나 파티룸 빌려서 먹고 노는 문화로 소비패턴이 바뀌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간이 꽤 걸리더라도 자영업자분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지원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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