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은 21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동행했다. 이 회장은 출장 목적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연구소(삼성전자 베트남 R&D센터) 준공한다. 잘다녀오겠다”고 답했다.
이 회장의 베트남 출장은 이달 9일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건설 현장 방문 등 일정을 소화하고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돌아온 지 12일 만이다. 회장 취임 후 두 번째 해외 출장이다. 이 회장은 UAE 출장에서 중동 지역 법인장들에게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대변혁을 추진 중인 중동은 기회의 땅”이라며 과감한 도전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삼성전자 베트남 연구개발(R&D)센터 준공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베트남 R&D센터는 하노이에 동남아 지역 최대 규모인 1만1603㎡ 부지에 지상 16층, 지하 3층 규모로 건설됐다. 삼성전자가 2억2000만 달러를 투입해 완공한 베트남 R&D센터에서는 모바일, 소프트웨어 등 연구인력 3000여 명이 근무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베트남 R&D센터는 이 회장이 애착을 갖고 직접 챙겨왔다. 이 회장은 2020년 10월 R&D센터 신축 현장을 둘러보고 공사 진행 상황 등을 점검했다. 이후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면담한 자리에서 “베트남 R&D센터가 삼성그룹의 연구·개발 거점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푹 주석을 다시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회장은 2018년, 2020년 베트남을 방문해 푹 주석과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푹 주석과의 면담에서 반도체 생산 공장 건설 등 구체적인 추가 투자 방안을 언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베트남은 미·중 패권 경쟁으로 인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탈(脫)중국 대안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베트남에서 반도체 조립·테스트 공장을 운영 중인 인텔은 지난해 현지 투자를 50%가량 늘렸다. 삼성전자는 전체 스마트폰 수출량의 약 50%를 베트남에서 생산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베트남 측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투자를 여러 차례 요청한 것으로 안다”면서 “베트남은 20대의 젊은 노동자들이 많고 전략적 요충지라는 지리적 이점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이날 출국하면서 22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삼성물산 부당합병 의혹 1심 재판은 불출석한다. 이달 26일부터 내년 1월 6일까지 2주간 서울중앙지방법원 겨울 휴정기인 만큼 이 회장의 장기 출장 가능성이 일부 제기됐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이 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 해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앞장서 챙기고 있다”며 “경기 침체로 인한 위기 극복을 위해 국내외 현장 경영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 회장은 1월 16∼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다보스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