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대체투자와 ESG

입력 2022-12-14 14:25 수정 2023-02-2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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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투자 수단이 있다. 원금이 보장되는 은행 예금 이자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위험은 어느 정도 수반 하지만 예금보다 수익이 더 높은 채권에 투자하면 된다. 만일 채권 수익에도 만족이 안 되는 경우, 더 큰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언제든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는 상장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주지하듯이 주식의 치명적인 단점은 위험성이 일반적으로 매우 높다는 점이다. 그러면 누구나 궁금할 수 있는 질문. 안전하면서도 수익까지 높은 상품은 없을까? 대체투자는 전통적인 투자인 주식, 채권과는 다른(Alternative) 방법을 모색하면서 태어났다.

대체투자에는 우선 부동산, 동산, 인프라와 같은 실물 투자가 있다. 땅이나 건물, 나무, 선박, 비행기, 스타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와 같은 전 세계에 몇 개 없는 악기에 투자하면 최악의 경우라도 실물은 남아 있기 때문에 주식처럼 급격한 폭락이나 상장 폐지로 휴지가 되는 일은 피할 수 있어서 어느 정도의 수익성과 안정성이 보장된다. 그 외 대표적인 대체투자 수단으로 ‘사모펀드’가 있는데, 일반적인 공모펀드와 달리 가입 금액에 하한이 있어서 돈이 많은 개인투자자나 기관투자자가 참여하는 펀드를 말한다. 사모펀드는 자본시장법상 개정 전 분류인, 헤지 펀드(Hedge Fund)와 같은 ‘전문투자형 사모집합기구’와 ‘경영 참여형 사모집합기구’인 PEF(Private Equity Fund)로 이해하는 것이 편의상 보다 직관적이다.

그럼 대체투자의 금융 현실은 어떨까? 대체투자라는 용어가 언뜻 낯설 수 있지만 그 규모와 활용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국민연금 발표에 의하면, 2022년 9월 말 기준 전체 기금 적립금 897조 원 중 주식 41.3%, 채권 41.9%로 전통적인 투자 수단이 83.2%, 대체투자는 16.8%로 약 150조에 이르는 비중을 보인다.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따르면, 대체투자 중 ‘국내 기관전용 사모펀드’의 약정액은 2015년 58조5천억원에서 2021년 116조 원을 육박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2021년 1분기, 국내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PEF) 시장은 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을 돌파했다.

해외의 경우 주식과 채권에서 ESG를 적용하듯이 대체투자까지 모든 운용 자산 영역에서 ESG 투자를 활발히 적용하고 있다. 미국 최대 공적 연기금 캘퍼스(CalPERS)나 네덜란드 연기금 APG는 대체투자에 어떠한 ESG 전략을 적용하고 있는지 공개한다. 국민연금도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로드맵을 통해 2023년까지 대체투자에 책임투자를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산업은행은 2021년에 이미 ‘위탁운용사 ESG 투자 이행점검 모형’을 구축하여 주로 사모펀드 대상으로 우수 운용사에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대체투자에 ESG가 도입되면 기존 ESG 평가나 관리와는 사뭇 다른 논점들이 생긴다.

부동산은 개발을 주도하는 시행사와 시공사 등 기존 방식처럼 회사를 평가해야 하지만, 일정 기간 내의 ‘프로젝트’ 또한 평가 대상이 된다. 선박 금융의 경우, 해운사의 ESG 현황도 파악해야 하지만 선박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나 폐기물을, 에너지 효율도 점검해야 하므로 ‘실물 자산’이 직접 ESG 평가 대상이 될 것이다. 도로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에 민간 자본을 유치하는 민관협력, 소위 PPP(Public Private Partnership) 프로젝트와 같은 인프라 투자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PEF)는 상당수의 지분을 취득하여 회사의 ‘이사회에 직접 들어가서’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한다. 회사가 공시한 데이터나 언론에 노출된 정보를 기반으로 ESG를 평가하고, 개별 미팅이나 주주총회를 통해서만 의견을 제시하는 주식 ESG와는 차이가 있다. 회사를 인수하고 대략 5년, 3~8년 동안 투자와 경영을 잘해서 수익과 성과를 내고 매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로 인해 인수 전부터 사업성이 좋은 친환경 기술이건 사회적 성과 중심의 임팩트 투자이건 보다 확실한 컨셉과 구체적인 ESG 목표를 가지고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이처럼 대체투자 ESG를 보면 ESG 영역이 대폭 확대되고 있고, 그 적용방식 또한 점점 더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1000억 원대의 가격으로 사모펀드에 매각된 것으로 알려진, 생맥주와 안주가 맛깔 나서 필자도 종종 애용하는 소위 역할맥(역전 할머니 맥주)이나 해외 유명 인프라 투자회사가 참여한 고속도로나 터널 위를 차를 타고 달릴 때면, ESG가 실생활에 가까이 왔음을 절실히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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