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재고소진 주유소 96곳…정유·철강·건설로 피해 확산

입력 2022-12-05 16:57 수정 2022-12-0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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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이후 열흘 동안 피해액 3조 원 넘어서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기름이 품절된 주유소가 전국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4일 경기도 수원의 한 주유소에 휴업 안내문이 걸려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기름이 품절된 주유소가 전국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4일 경기도 수원의 한 주유소에 휴업 안내문이 걸려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이 12일째 이어지면서 출하 차질로 인한 피해액이 3조 원을 넘어섰다. 정유·철강·건설 등 산업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달 24일부터 3일까지 시멘트·철강·자동차·석유화학·정유 등 주요 업종에 총 3조263억 원 규모의 출하 차질이 발생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업계는 철강업이다. 화물연대 파업 열흘 동안 철강업계가 입은 피해 규모는 1조306억 원에 달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4일까지 철강업계의 출하 차질 물량은 주요 5개사에서 79만 톤으로 추산됐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제품 출하는 사실상 100% 중단됐다. 포스코는 일일 2만7000톤, 현대제철은 5만 톤이 출하되지 못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출하 지연이 길어지면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연관 산업으로 생산 차질이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공장도 멈춰 섰다. 운송길이 막혀 출하되지 못한 제품들로 인해 재고가 쌓이자 제품을 쌓아둘 공간이 없어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철강업계의 피해액은 이미 지난 6월 화물연대 총파업 당시 수준을 넘어섰다. 당시 국내 5대 철강사 피해액은 1조1500억 원(한국철강협회 집계)으로 철강재 72만1000톤이 출하 차질을 빚었다.

이번 파업 규모가 6월 총파업 당시를 넘어서자 업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미 쌓인 재고가 너무 많고 적재 공간은 부족하다”며 “최악의 경우엔 파업 종결 여부와 무관하게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재고가 동난 주유소도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유가 정보 플랫폼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재고가 소진된 주유소는 96곳이다. 지난달 29일 품절 주유소가 21곳이었던 것에 비하면 5배 가까이 늘었다.

재고 소진 주유소는 서울 35곳, 경기 20곳, 강원 12곳, 충남 11곳, 충북 8곳, 대전 7곳, 인천 1곳, 전북 1곳, 전남 1곳이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강원, 충남, 충북 등으로 품절 주유소가 확대되고 있다.

휘발유뿐만 아니라 경유가 동난 주유소도 늘고 있다. 이날 기준 휘발유가 품절된 주유소가 80곳, 경유가 품절된 주유소가 8곳, 휘발유와 경유가 모두 품절된 주유소는 8곳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품절 주유소가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산하고 품절된 유종도 휘발유에서 경유 등으로 늘고 있다”며 “특히 날씨가 추워지고 있는데 취약계층이 많이 쓰는 난방유 수급에도 문제가 생긴다면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시멘트 운송기사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후 시멘트 업계의 출하량은 늘고 있다. 다만 건설 현장 내 수급 어려움은 여전한 모습이다.

시멘트 출하량은 지난 3일 기준 평년 수준의 80%까지 회복됐다. 하지만 레미콘(굳지 않은 콘크리트) 생산량은 평균 생산량의 20%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소규모 사업장은 여전히 콘크리트 타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관계자는 “정상화라고 보기엔 어렵지만, 오늘 레미콘 일부가 들어와 타설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애초 지난 2일 타설을 재개하려 했지만 레미콘 수급에 차질이 생겨 이날부터 타설을 시작한 것이다.

대형 건설현장과 달리 수도권 소형 건설현장은 레미콘 수급이 여전히 어려웠다. 경기도 소재 건설현장 관계자는 “시멘트 수급이 정상화됐다는데 현장에선 못 느끼고 있다”며 “레미콘 10대를 주문하면 2대도 들어올까 말까 한다”고 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시멘트 출하량이 늘어나 일부 건설현장이 정상화되곤 있지만, 대부분 현장의 수요를 맞출 만큼은 아니다”라며 “날씨가 추워져 콘크리트 타설이 어려워졌고, 이 때문에 전체 수요가 줄어 정상화된 것처럼 보이는 곳도 있다. 하지만 현장 어려움은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르면 6일 국무회의에서 정유·철강 분야 등에 추가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대응 관련 관계장관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정유·철강 등 운송 차질이 발생한 업종에 대해서도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위한 제반 준비를 완료했다”며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국가 경제 위기 우려 시 업무개시명령 발동 절차에 즉각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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