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집주인, 세입자 모두가 불행한 부동산 시장

입력 2022-11-23 06:00 수정 2022-11-23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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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헌 부동산부장

“집값만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사람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하반기는 사상 유례없는 부동산 경착륙 시장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가격은 지난 주까지 2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낙폭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46% 떨어지며 2012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가장 큰 하락세를 기록했다.

철옹성 같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도 집값이 빠지기 시작했고,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집값이 많이 떨어졌지만 거래는 하락세를 넘어 사실상 사라지다시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2일 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18건으로 집계돼 올 들어 가장 적었다. 계약 후 30일 이내 신고하면 되는 만큼 기한이 일주일가량 남았지만 지금 추세대로라면 600건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2006년 해당 통계가 작성된 이후 1000건 아래로 떨어진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지만 올 들어서는 1~9월에만 4차례에 달한다. 올 2월 818건으로 처음 떨어진 이후 반짝 올랐지만 7월부터는 3개월 연속 600건대에 머물고 있다. 이런 가운데 10월 거래량은 600건마저 넘지 못하고 500건대로 쪼그라들 가능성이 커졌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 몇 년간 가파르게 오른 집값에 더해 최근 세계 각국의 금리인상이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속도와 폭은 역대급으로, 올 연말 미국 기준금리는 4.5%, 우리나라는 3.5%까지 예상된다. 이 경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8%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

집값이 떨어지고 이자가 오르면서 겨우 내집을 마련한 ‘영끌족’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는데 세금마저 늘면서 ‘울고 싶은데 뺨 때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세청 등에 따르면 올해 주택·토지 보유자 131만 명이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아들게 됐다. 최초 도입 취지와 달리 주택을 보유한 사람 100명 중 8명이 내는 세금이 된 것이다.

집값이 떨어졌으니 내집 마련을 꿈꾸는 예비 집주인이나 세입자들은 좋은 거 아니냐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출금리가 몇 달새 급등하면서 청약에 당첨된 사람들마저 입주하기까지의 중도금 대출 이자계산에 여념이 없고, 집이 팔리지 않으면서 완공된 집에 들어갈 날도 잡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전세금 대출 이자도 가파르게 오르자 전세를 포기하고 월세로 돌아서고 있다. 전세를 원하는 집주인은 많지만 들어가려는 세입자가 사라지면서 집주인들이 관리비를 내주겠다며 들어오라는 웃지 못할 상황도 적지 않게 벌어진다.

이미 올 들어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빠듯한 살림살이에 고정비용 지출이 적은 전세를 포기하고 월세를 선택하는 세입자들 역시 삶의 질이 떨어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책 실패에 사과하는 이도, 시원한 해법을 내놓는 이도 보이지 않는다. 국토부 장관이 집값에 대해 PIR(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을 거론하면서 한가한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 국내 PF시장을 삼킨 레고랜드 사태는 누가 예상이나 했는가? 지엽적인 문제가 전체를 마비시키는 사례를 우리는 수없이 목격해 왔다.

지금이라도 차분하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면서도 시장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집값만 잡는다고 주거안정이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정상적인 거래는 이뤄지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필요할 때 내 집을 팔고 이사갈 수 있어야 하고 서민들도 돈을 모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높은 양도세 부담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묶여 정상적인 거래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이 같은 규제완화가 시급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녹록지 않고 시간도 많지 않다.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지 못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상황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car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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