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1993년 국내 은행 중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30년간 총 11개의 은행이 베트남 시장에 발을 디뎠다. 캄보디아에서도 2007년 신한크메르은행이 출범하면서 우리 은행들의 진출이 줄을 이었다.
국내 금융사들의 신남방 시장 진출에 발맞춰 금융감독원도 지난 2013년 외국 금융감독당국 최초로 베트남 하노이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금감원 하노이 사무소는 베트남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시장 전반을 지원하는 유일한 금감원 해외사무소다.
하노이 사무소를 책임지고 있는 임춘하 사무소장은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에 대해 “우리 금융사들이 현지 시장에서 뿌리를 완전히 내렸다”고 평가하며 “이제는 꽃을 피워야 하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물론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는 이들 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은 세계 각국 은행들의 진출 경쟁으로 이어졌고, 현재 글로벌 금융사들의 각축장이 됐다.
특히 급성장한 국내 은행들은 베트남 금융당국은 물론 현지 은행들의 견제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 베트남 현지 금융당국은 최근 몇 년간 ‘자국 금융사 보호’를 위해 외국계 금융사의 ‘인허가’ 문제를 까다롭게 다루면서 국내 은행의 규모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이에 국내 은행들은 수년째 법인 법인 전환 허가를 기다리는가 하면, 사무소의 지점 전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 소장은 “국내 은행들의 현지화를 위해선 법인 전환이 적극 이뤄져야 하는데 쉽지 않다”면서 “부실 은행에 대한 정리가 시급한 베트남 당국에서 외국계 은행의 영업인허가보다는 부실은행 매각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것이 금감원의 역할이라고 임 소장은 강조했다. 실제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은행 관계자는 “민간 금융회사가 현지 감독당국 관계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며 “특히 관료주의가 여전한 동남아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의 보이지 않는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 소장은 이에 대해 “국내 금융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금감원은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들이 마음껏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토양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베트남 금융당국은 우리 금융당국에 우호적이다. 선진 금융감독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베트남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우리 금융당국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우리 금융당국은 베트남 중앙은행 등과 우리 금융감독제도에 대한 지식공유을 공유하며 지속적으로 관계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임 소장은 “베트남 금융당국과의 세미나·실무협의 등을 확대하면서 우리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을 효과적으로 지원해 나가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의 인허가 및 현지 영업 관련 애로·건의사항을 베트남중앙은행에 전달하고 애로 해소를 위한 긴밀한 협조도 요청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들의 경쟁력 확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베트남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디지털 금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 소장은 “베트남은 젊은 인구구조와 강력한 정부 지원, ICT인프라(2021년 기준 개인 인터넷 이용률 74.2%)의 급속한 개선 등으로 디지털 환경이 매우 좋은 편”이라며 “무엇보다 베트남 정부가 은행 산업의 디지털화에 매우 적극적이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오는 2025년까지 최소 50%의 은행 업무가 전산시스템에 의해 완전히 수행되고, 2030년까지는 70%가 수행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의 디지털 뱅킹 서비스 이용자는 82% 수준으로 41%포인트(p) 늘어났다. 베트남 개인 고객의 75%는 디지털 뱅킹과 오프라인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