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 1년 새 영업이익 400억대에서 5억으로 ‘뚝’
국내 기업이 외형은 성장했으나 실속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늘었는데, 영업수익은 오히려 줄면서다. 특히 2곳 중 1곳은 시장 전망치보다 3분기 영업이익이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컨센서스가 있고, 실적이 발표된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 137곳의 3분기 매출액은 444조121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38조8727억 원)보다 5조1395억 원 많은 수준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후퇴했다. 1년 전 영업이익은 49조1700억 원이었으나 이번 3분기는 39조1555억 원을 기록했다. 10조 원 넘게 줄어든 규모다. 영업이익이 감소한 곳은 137곳 중 60곳으로 절반 수준이었다. 이번 실적은 증권사 컨센서스에도 못 미쳤다. 증권사의 3분기 추정치는 매출액 451조7259억 원, 영업이익 43조9760억 원이었다. 실제 성적표는 이보다 각각 1.70%, 10.96% 낮았다.
1년 새 영업이익이 가장 많이 줄어든 건 한화시스템이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3분기 매출액 5574억 원, 영업이익 426억 원을 시현했으나 올 3분기엔 각각 4595억 원, 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매출액 5999억 원, 영업이익 284억 원)보다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이는 주요 방산 프로젝트의 비중이 바뀌고 ICT 사업부의 신규 사업 개발 지연으로 매출이 감소했는데, 신사업 투자를 늘린 탓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피아식별장비(IFF) 모드 5, 전술정보통신체계(TICN) 3차 양산의 인도분 변경 등이 반영되며 매출이 감소했다”며 “ICT 사업 부문은 차세대 생명보험 코어 사업의 기간이 연장된 여파가 매출과 이익의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위성 등 신사업과 관련된 비용 집행이 지속되고 있다”며 “ICT 사업부의 인력 보충으로 인한 인건비의 증가가 전사 이익률 축소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NH투자증권은 금융·증권업종에서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감소한 상위 10개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NH투자증권의 3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685억 원, 119억 원으로 1년 새 76.6%, 94.4% 감소했다. NH투자증권은 증시 위축으로 수수료 수익이 감소한 데다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불안으로 부동산 관련 수수료도 줄어든 영향이 컸다.
시장에서는 NH투자증권이 빠르게 회복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자금 시장 경색으로 브로커리지 및 IB 부문 실적 회복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나타날 것”이라며 “IB 수익의 큰 축을 차지하는 부동산 금융 관련 수익 둔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외에도 엠씨넥스, 현대중공업, 포스코홀딩스 등이 매출은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차례로 98.8%, 80.9%, 71% 줄어들었다.
한편 매출이 증가한 것보다 영업이익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난 기업도 있었다. 한국항공우주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4451억 원, 영업이익 28억 원을 기록했으나 올해 들어 이 수치는 6711억 원, 349억 원으로 증가했다. 9월 폴란드 군비청과 FA-50 48대 수출 본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 여러 국가와 거래를 한 덕분이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완제기 수출 수주 호조로 연간 목표의 92%를 달성했다”며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기체 부품 시장 회복도 (회사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삼성물산도 매출은 36.8%(8조3030억 원→9조9070억 원) 증가했는데 영업이익은 989.3%(28억 원→349억 원) 증가했다. 삼성물산은 건설 부문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호실적을 냈다. 이미 건설 부문 신규 수주는 연간 목표인 11조7000억 원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