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로부터 납품 받는 제품 가격을 경쟁사 가격보다 과도한 인상해 계열사와 총수 2세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수십억 원의 과징금은 물론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타이어 그룹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그룹 소속 회사인 한국프리시전웍스(MKT)로부터 타이어몰드를 고가로 구매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80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한다고 8일 밝혔다.
타이어몰드는 타이어의 패턴·디자인·로고 등을 구현하기 위한 틀을 말한다. 한국타이어는 그룹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주력 계열사로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 및 동일인(조양래 명예회장) 측이 44.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MKT홀딩스를 설립해 인수하는 방법으로 타이어 몰드 제조 및 판매사인 MKT를 2011년 10월 한국타이어 그룹에 계열 편입시켰다.
MKT의 지분구조는 한국타이어 50.1%, 동일인 2세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29.9%,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 20%로 이뤄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2014년 2월~2017년 12월 약 4년의 기간 동안 원가가 과다 계상된 가격산정방식(이하 신단가정책)을 통해 타이어 몰드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MKT를 지원했다.
신단가 정책은 외형상 매출이익률 25%(판관비10%·이윤15%)를 반영하면서도, 단가 산정시 제조원가를 실제 원가보다 과다 반영해 실제로는 40% 이상의 매출이익률을 실현하도록 설계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러한 거래조건은 한국타이어 스스로 조사한 경쟁사의 가격보다 약 15% 가량 높았고, 구단가표를 적용했을 때 산정되는 매출액보다 약 16.3% 증가하는 등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행위 결과 MKT는 지원기간 동안 높은 매출과 이익(매출액 875억 원, 매출이익 370억 원, 영업이익 323억 원)을 실현했다. MKT 매출이익률의 경우 42.2%로 이는 경쟁사 대비 12.6%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경영 성과로 MKT는 경쟁조건이 부당하게 제고되고 국내 몰드 제조 시장에서의 지위를 유지·강화할 수 있었다. 반면 시장에서의 가격경쟁은 훼손됐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특히 한국타이어의 부당 지원으로 MKT가 수취한 이익은 MKT 인수 시 발생한 차입금 상환과 MKT 주주인 조현범 회장 등 특수관계인들에게 지급된 배당금의 원천이 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MKT는 2015년까지 MKT홀딩스 합병 시 인수한 잔여차입금 348억5000만 원 상환을 완료했고, 2016~217년 동일인 2세(조현범·조현식)에게 총 108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러한 계열사 부당지원 및 사익편취 행위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한국타어이(지원주체)와 MKT(지원객체)에 각각 48억1300만 원, 31억9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동일인 2세에 대한 고발 조치가 제외된 이유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이번 사건의 핵심 내용은 원가 과다계산하고 가격인상을 한 부분인데 이에 대한 지시 관여 증거가 위원회에서 입증되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