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상황에 따라 국제 곡물가격의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식량가격은 최근 하락 안정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하락폭이 줄어들면서 반등도 우려되고, 국제 곡물가격은 두 달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특히 흑해 곡물 협정에 따라 곡물 가격이 요동을 치면서 앞으로 러시아의 움직임이 가격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조사한 올해 10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5.9포인트로 전달 136.0포인트에서 소폭 하락했다. FAO는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가격동향(95개)을 조사해 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 등 5개 품목군별 세계식량가격지수를 매달 작성해 발표하고 있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올해 135.6포인트로 시작했지만 러시아의 전쟁 이후 급등했다. 하지만 3월 159.7포인트로 정점을 찍은 뒤 매월 꾸준히 하락하면서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전달에는 큰 하락세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달 식량가격은 곡물을 제외한 모든 제품이 하락했다. 곡물 가격은 2개월 연속 상승 중으로 식량가격 하락을 막아선 모양새다. 10월 곡물가격지수는 152.3포인트로 전달 147.9포인트에서 4.4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곡물을 제외하고 유지류는 1.6%, 육류 1.4%, 유제품 1.7%, 설탕 0.6%씩 각각 하락했다.
곡물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최근 흑해 곡물 수출협정에서 비롯된 불안감 때문이다. FAO는 흑해 곡물 수출협정의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미국 생산 감소 전망 등의 영향을 국제 밀 가격 상승 요인으로 지목했다.
러시아는 지난 달 말 흑해를 통해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한 곡물 수출협정에서 탈퇴했다. UN과 튀르키예가 중재에 나선 끝에 이달 2일 다시 협정에 복귀했지만, 러시아는 언제든 협정에서 다시 탈퇴할 수 있다는 압박을 계속해서 가하고 있다. 흑해는 세계 최대 밀, 옥수수, 해바라기유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주요 수출통로로 러시아의 탈퇴 선언 이후 곡물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러시아의 수출 협정 복귀 결정에 따라 곡물가격이 다시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사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관련 동향 점검을 강화하고 필요하면 추가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향후 국제 곡물 가격은 전반적으로 보합 상황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파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남미의 기상 상황과 러시아의 흑해 곡물 수출 협정 대응 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관계부처와 협력해 물가 관리를 위한 조치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