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초 지준일 앞두고 잉여자금 덜 자는 차원
지난달말 역대최고 응찰률 기록에 쏠림 현상도
한국은행 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매각에 250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려 역대최고치를 경신했다. 내달초 지급준비일(지준일)을 앞두고 남는 자금을 덜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레고랜드 디폴트에 따른 단기자금시장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은행에 자금이 쌓이고 돈이 돌지 않는 소위 돈맥경화의 한 단면으로도 풀이된다.
27일 한은이 금리 3.0% 모집방식으로 실시한 7일물 RP매각에서 응찰액은 250조74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한은이 RP매각을 시작한 2006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직전 최고치는 지난달 29일 기록했던 172조8700억원이다.
반면, 낙찰액은 18조원에 그쳤다. 지난달 29일 매각에서는 13조5000억원을, 직전 매각이 있었던 20일엔 20조원을 각각 기록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레고랜드 디폴트 사태로 인한 단기자금시장 불안 등) 불안한 시장상황을 감안해 자금을 여유롭게 가져가면서 지준이 잉여상태다. 적수도 플러스”라며 “참여자들이 낙찰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해 본인들이 받기 위한 자금의 10배 이상을 써냈다. 지난달말에도 응찰액이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심리가 에스컬레이트된 측면도 있다. 크게 의미를 두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RP를 매각한다는 것은 한은이 시중에 RP를 파는 대신 그만큼 시중 유동성을 흡수한다는 것을 말한다. RP매입은 그 반대 의미다.
앞서 이날 한은은 단기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RP매입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총 6조원(잔액기준) 수준으로 최대 91일물로 매입할 방침이다.
다만, 이번 RP매입은 입찰 최저금리를 준거금리+10~20bp 수준으로 설정하는 복수금리 경쟁입찰을 통해 예정된 금액 이내로 낙찰시키는 방식으로, 고정금리 모집 입찰로 응찰금액 전액을 낙찰시켰던 코로나19 당시 무제한 RP매입과는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