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애 씨와 만철 씨가 겪는 고통은 지속되는 큰 고통이다. 그들의 고통을 병으로 규정한다면,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인데 치료를 위해서는 약과 상담이 지속해서 필요할 것이다. 의학에서는 작은 증상과 고통이 모이고 쌓여서 병이 되었고 그 병은 다시 그들의 삶을 고난으로 만들었다고 본다. 그렇다면 전문가로부터 병을 치료하고 상담을 받는다면 고난이 해결될 수 있을까? 내가 만난 당사자들은 치료를 통해서 더 비참해지지 않을 수 있었어도, 고난이 해결되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는 없었다. 반면에 고통과 병, 그리고 고난에 시달리며 각자가 대처해 가게 되면서 결국에 마주하게 된 것은 더 단단히 성장한 모습이었음을 말하곤 하였다.
우리 삶에서 고통은 계속 넘쳐난다. 그리고 그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무엇을 선택하는가는 결국 당사자의 몫이다. 석가모니는 고통을 즐거움과 같은 것으로 보았다. 고통과 대비되는 즐거움은 고통이 있으므로 비로소 경험할 수 있는 것인데, 인간의 즐거움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고 결코 다 채울 수 없는 것이라 평생토록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하였다.
순애 씨와 만철 씨는 삶이 고통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조금은 덜 고통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그래서 순애 씨는 자살이라는 큰 재난을 선택하는 것보다 일상의 숨겨진 작은 즐거움을 선택하고, 만철 씨는 유혹의 도피처를 벗어나 냉혹한 일상의 안식처로 되돌아올 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 일상의 즐거움을 찾고 초라한 안식처로 돌아오는 길은 고통의 바다에 작은 배를 띄우는 일과 같다. 그 배에는 고통을 헤쳐 나가려는 동료들이 함께 타고 있을 것이다. 파도가 넘실대는 험하고 먼 항해 길을 함께 노 저어 가다 보면, 즐거움과 안식이 있는 이름 모를 섬에서 잠시 쉬었다 갈 수 있으리라.
황정우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