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 안되자 거래량 이틀새 76%↓…투자자들 "매매 시기 놓쳐" 분통
거래소 과실로 해석 하기 어려워…카카오와 보상 과정 놓고 진통 예고
SK(주) C&C 판교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화재로 발생한 이른바 ‘카카오 먹통’ 사태가 가상자산 업계까지 불똥이 튀었다. 사고 당시 로그인 장애가 발생한 업비트에 투자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다만 거래소의 직접적인 과실로 보기 어려운 탓에 보상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업비트가 로그인 장애를 빚은 건 SK C&C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해 카카오 서비스 전반이 중단된 15일 오후 3시 30분경부터다. 업비트는 그동안 자체 로그인 대신 안드로이드 사용자에게는 카카오 계정 로그인 서비스만을 제공했다. iOS 사용자는 애플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했다.
자체 로그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빗썸, 코인원, 고팍스 등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와 달리 업비트가 이번 사태에 크게 영향을 받은 이유다.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는 신규 고객 인증번호 전송 서비스, 계좌 인증 서비스 등에 문제가 생기긴 했지만, 기존 고객들이 거래하는 데에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로그인 서비스가 중단되자 업비트의 거래량도 크게 떨어졌다. 글로벌 가상자산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14일 오후 3시 17억856만 달러에 달하던 업비트의 거래량은 로그인 중단 사태 직후인 오후 4시 9억2190만 달러까지 떨어졌다. 다음날인 16일 오후 3시에는 3억9784만 달러로 약 76% 감소했다.
업비트에서 카카오 소셜 로그인 서비스가 재개된 건 16일 오전 11시 경이었다. 업비트 측은 이날 11시 카카오 서비스 장애 상황에 대한 복구가 진행됨에 따라, 로그인 서비스 재개가 확인됐다는 공지를 게재했다.
투자자들은 갑작스러운 로그인 불가 사태에 원하는 매수·매도 시기를 놓쳤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가상자산은 24시간 시시각각 변하는 가격의 특성상 적절한 매수·매도 시점이 중요한 데다가, 주식이 열리지 않는 요일과 일요일에 거래가 더 활발하다. 코인 관련 커뮤니티에는 “팔면 70만 원은 더 벌 수 있었는데 못 벌었다”, “로그인도 못하니 손절도 못해 강제로 버티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 쏟아졌다.
서비스가 중단된 시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15일 오후 3시 30분 업비트에서 2766만 2000원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15일 오후 6시 정각 2755만5000원까지 하락했다. 이더리움의 경우, 같은 시각 186만6500원에서 184만6500원의 가격을 보였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측 관계자는 “아직 피해 보상 과정에 대해 논의 중이며,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사실 업비트는 오는 31일 자체 로그인 서비스를 도입하고, 11월 21일 이후 카카오 계정 및 애플 ID를 이용한 로그인 서비스를 중단할 계획이었다. 업비트로서는 로그인 서비스 변경을 2주가량 앞두고 불똥이 튄 셈이다.
그동안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카카오는 오랜 협력 관계였다. 카카오는 두나무 지분을 10.88% 보유한 3대 주주이고,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2011년 카카오에 합류해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다음 카카오 대표이사를 지낸 바 있다.
업비트는 시스템 장애로 이용자에게 금전적인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보상하는 절차인 ‘신속 보상 처리 프로세스’를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프로세스 안내문은 ‘업비트 내부 시스템에서 발생한 장애로 인한 손해’와 ‘외부요인에 의한 장애로 발생한 손해가 아닐 것’임을 보상 요건으로 분명히 하고 있다. 또 이번 사태 관련 카카오 측과 책임 소재 여부 논의가 선행돼야 하는 만큼, 보상 여부가 결정되더라도 실제로 이행되기까지는 수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