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에너지를 확보하려면 더 비싸게 사는 수밖에 없고 그마저 필요한 만큼 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대란이 더욱 뼈아픈 나라가 있다. 에너지 순수입국 처지인 우리나라가 그렇다.
2020년 우리나라는 1차 에너지의 92.8%를 수입에 의존했다. 한미원자력협정에 의해 공급이 통제(가공생산은 국내)되는 핵연료를 수입량 계산에서 뺀다고 해도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81.1%나 된다. 수입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3총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전력은 1차 에너지를 가공, 또는 이용해 만든 대표적인 최종 에너지다. 2021년 통계를 보면 주로 석탄(34.3%), 천연가스(29.2%)를 이용한 화력발전과 핵연료를 이용한 원자력발전(27.4%)으로 생산한다. 사실상 전력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수출의 경제 비중이 절대적인데 에너지 가격상승은 제조업의 수출단가 유지를 어렵게 만든다. 우리 제조업, 즉 산업 부문의 에너지 효율(에너지원단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33위로 평균보다 1.7배 낮다. 그만큼 더 에너지를 쓴다. 철강, 석유화학, 정유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주도하는 산업 부문의 에너지 소비 비중은 62%나 된다. 산업 부문 최종에너지 소비는 1990년에서 2020년 사이 3.8배 증가했다. 산업 부문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효율화하면 우리는 당면한 에너지 대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지난 30년 사이 가정·상업 부문 1.9배, 수송 2.8배, 공공도 약 2배 에너지 소비가 늘었다. 4배 가까이 증가한 산업 부문의 몫이 제일 크지만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이 4배 늘었고 우리나라는 경제 선진국 대열에 들었다. 지난 30년간 3배로 증가한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의 후과 또한 엄연하다.
기후변화대책을 세계가 논의하기 시작한 1990년대 초로부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열리는 올해까지 우리나라를 위시한 전 세계의 에너지 소비 증가 탓에 ‘기후변화’는 ‘기후위기’가 되는 변화를 겪었다. 한반도 기후위기와 우리나라가 세계 10위 에너지 다소비 국가이며 한 세대 만에 에너지 소비량을 3배나 증가시킨 나라라는 사실은 불가분의 인과와도 같다.
세계적 에너지 가격상승으로 인한 경제침체, 기후위기 대처, 경제 중추를 떠받치는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꾀할 방책, 정책은 존재하는가? 단언컨대 있다. 에너지를 덜 사용함으로써 실제로는 에너지를 생산한 효과를 만드는 정책, 에너지 수요 효율화와 소비 감축 정책이 그것이다. 더 실감나는 명칭은 ‘에너지 절약’ 정책이다. ‘무슨 칠팔십 년대 시대 얘기냐?’ 반문하고 싶다면 “대체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냐?”는 비판을 들어 마땅하다. 청소년들이 ‘기후위기 피해의 당사자’로서 ‘기후소송’을 걸고 화석에너지 사용 감축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요구하는 시대다.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에 제일 책임이 큰 산업 부문에 비난을 집중하고 그 그늘에 다른 부문은 숨어들어도 될 때가 아니다. 산업 부문에 가장 큰 에너지 절감을 제도로써 요구하고 가정과 상업 부문에도 필히 참여를 요청해야 할 때다. 산업과 가정 등 전 부문에 각각 자발적 협약과 자발적 참여를 요구(에너지 수요효율화 종합대책, 2022년 6월)한 것 이상의 비상한 정책행동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보다 앞서 시민사회 스스로 에너지 절약을 생활문화로 승화하는 시민행동을 재촉해야 한다. 에너지와 기후의 위기에 대처하는 데에 우리 사회를 편 가르는 그 어떤 논지도 개입할 여지가 없다. 지금은 에너지를 아껴 에너지 대란을 넘고 에너지 전환으로 가는 기후행동에 우리 사회 전체가 전력투구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