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대형마트에서 만난 최필희(가명·61) 씨는 제품을 구매하지 못하고 야채·정육 코너 근처를 서성거렸다. 가족들과 삼겹살을 먹을 때 필요한 깻잎 등 야채를 구매하려고 했지만, 가격이 비싸 좀처럼 지갑을 열지 못해서다.
최 씨는 “장을 볼 때마다 가격 때문에 놀란다. 물가가 너무 올라 도대체 어떤 제품을 살지 고민이다. 먹어야 살 수 있는 만큼 식비 외에 어떤 생활비 지출을 줄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한숨 지었다.
이날 최 씨가 방문한 대형마트 깻잎 가격은 100g당 3960원이다. 작년 10월 초 기준 주요 판매처들의 깻잎 평균 가격(2430원)보다 63% 비싸다. 쌈장 가격(500g 기준)은 36% 상승한 4230원이다.
유례없는 인플레이션으로 집에서 먹는 한 끼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이날 이투데이가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을 분석한 결과 4인 가족 삼겹살 한 상 차림에 필요한 비용은 지난달 초 기준 2만9308원으로 전년(2만2396원) 동기 대비 6912원(31%) 올랐다. 삼겹살 한 상 비용은 삼겹살(100g*4), 적상추(100g), 깻잎(100g), 풋고추(100g), 쌈장(500g) 가격의 합이다.
인상 폭이 가장 큰 제품은 풋고추(3017원)로 작년 동기 대비 170% 증가했다. 깻잎 가격은 2695원에서 5731원으로 113% 상승했다. 적상추도 39% 오른 3091원이었다. 쌈장(3569원), 삼겹살(1만3900원) 가격은 각각 8%, 7% 올랐다.
식자재 가격이 치솟는 이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각종 대내외 불확실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상기후에 의한 작황 부진도 야채 가격 인상 요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변수들이 언제 사라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식자재 가격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식자재외에도 라면, 과자 등 가공품 가격도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자연스레 고공행진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달 15일부터 신라면을 포함해 26개 라면 브랜드 가격을 평균 11.3% 올렸다. 대형마트에서 봉지당 평균 736원에 판매되고 있는 신라면 가격은 약 820원으로 인상됐다.
오뚜기는 10일부로 라면류의 출고가 기준 제품 가격을 평균 11% 올린다. 이로써 대형마트 판매가 기준 진라면은 620원에서 15.5% 오른 716원, 진비빔면은 970원에서 10.3% 상승한 1070원이다. 팔도는 이달 1일부터 라면 12개 제품 가격을 평균 9.8% 인상했다.
과자의 경우 농심은 지난달 15일부터 스낵 브랜드 23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5.7% 올렸다. 빙그레는 이달부터 꽃게랑 등 과자 제품 6종의 가격을 13.3% 인상했다. 삼양식품 또한 이달부터 사또밥, 짱구, 뽀빠이 등 3개 제품의 편의점 가격을 15.3%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