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외건전성과 외환보유액 관리에 대해 자신감을 피력했다. 현재 시점에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는 표현을 쓰며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28일 "외환보유액은 외환시장에 혼란한 상황이 오면 많이 쓸 수밖에 없고,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돈"이라며 "외환보유액을 급박하게 확충하라는 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말"이라고 밝혔다.
김성욱 차관보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내 기재부 기자실에서 열린 '대외건전성 관련 주요 지표'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다.
기재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8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364억3000만 달러로 7월 말보다 21억8000만 달러 감소했다. 외환보유액은 1997년 말 204억 달러 규모에서 2007년 말에는 2622억 달러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당시에는 2012억 달러로 600억 달러가량이 줄었고, 다시 보유액을 늘려나가면서 지난해 말에는 4631억 달러를 기록했다.
김 차관보는 "최근 외환보유액을 시급히 확충해야한다고 말하는데, 늘리는 방법은 시장에서 달러를 정부가 사는 '달러 매수개입'의 방법밖에 없다"며 "달러 매수개입은 환율이 떨어지고 원화가 강세일 때 이뤄지는데, 지금 같은 시기에 달러 매수개입을 하는 건 미친 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4년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우리 정부가 수출경쟁력과 경상수지 흑자를 위해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얘기가 나온 이후, 정부의 외환 정책에 조금의 변화가 있었다"며 "우리나라도 더이상 급격한 보유액을 늘리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고, 민간 대외자산을 확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대외자산은 1997년 말 1176억 달러 규모에서 2014년 1조727억 달러 수준으로 큰 폭으로 뛰었고, 지난해 말에는 2조1784억 달러로 늘었다. 외환보유액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가파른 모습이다. 김 차관보는 "외환보유액 증가세는 둔화한 반면, 민간의 대외자산 증가세가 확연히 증가했다"며 "대외부문의 완충 여력이라는 측면에서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8년에는 우리나라의 대외건전성이 많이 어려웠는데, 은행들의 단기외채 만기연장이 안 돼서 그랬다"며 "단기외채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나서 정부도 외환보유액 외에 은행들의 단기외채 자체를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의 외화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올해 8월 기준 124.1%로, 규제비율인 80%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LCR은 은행이 보유한 고유동성 자산을 30일간 순 현금 유출액으로 나눈 값으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위기가 닥쳤을 때 외화자금 수요를 감내할 여력이 양호함을 나타낸다.
김 차관보는 "1997년이나 2008년의 경우엔 우리 원화만 급격히 절하됐는데, 지금은 원인이 우리 내부보다 밖에 있고, 다른 통화도 비슷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며 "2020년, 2021년의 사례를 보면, 환율이 많이 오르면 내릴 때도 굉장히 빨리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