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국위원회가 5일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기 위한 당헌 개정을 의결했다. 상임전국위는 현재 당의 상황이 비대위 전환이 필요한 ‘비상 상황’이라는 유권 해석을 내렸다. 새 비대위원장은 오는 7일 권성동 원내대표가 공개할 예정이다. 주호영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다시 맡는 방안이 유력하다. 국민의힘은 추석 전 새 비대위 출범 준비를 마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제4차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대위 전환 요건을 명확히 하는 내용을 담은 당헌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된 당헌은 ‘당 대표 사퇴 등 궐위, 선출직 최고위원 및 청년 최고위원 5인 중 4인 이상 사퇴 등 궐위, 그밖에 최고위에서 전원 찬성으로 비대위 설치를 의결한 경우 비대위를 둔다’고 규정했다. 비대위 설치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과 결정권자에 대한 논란의 소지를 없애고, 비대위 설치를 ‘강행 규정’으로 둔 것이다.
‘비대위 설치 완료와 동시에 기존의 최고위는 해산되고 기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의 지위와 권한도 상실된다’, ‘비대위원장이 사고나 궐위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경우 우선 원내대표, 그다음 최다선 의원 중 연장자순으로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도록 한다’는 내용도 반영됐다. 기존 비대위 설치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부분을 보완하는 규정들도 다수 포함됐다.
새 비대위원장은 주호영 의원이 다시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목요일(8일)에 전국위원회가 있기 때문에 수요일(7일) 오후 늦게나 목요일 오전에 비대위원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기존 비대위원들은 이날 모두 사퇴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기존 비대위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전원 사의를 밝힌 뒤 사퇴서를 작성했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현재 있는 비대위는, 물론 지금까지도 권한 행사를 안 하고 있었지만, 사실상 형해화하고 해산됐다고 이해하면 된다”며 “당 대표 권한대행인 권성동 원내대표가 현재 상황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새로운 비대위 구성에 대해선 “알 수 없다”며 “새 비대위원장을 누가 맡을지, 비대위원을 어떻게 구성할지는 지금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위에는 709명의 재적인원 가운데 466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 중 찬성표를 던진 사람이 415명, 반대는 51명이었다. 투표율 65.7%, 찬성률 89%다. ‘부결시켜달라’는 이준석 전 대표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새로운 비대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중론임을 짐작할 수 있는 수치다. 당 내부의 이러한 기류는 향후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할 전당대회 등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띨 가능성이 크다. 차기 당 대표 선호도 조사에서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의 지지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당원 투표 비중이 70%로 압도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일환 이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