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레미콘 업계 “가격 인상 철회·원가 공개”
시멘트 업계 “원재료 부담이 커 인상 불가피”
중소레미콘업계가 시멘트업체들의 가격 인상에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시멘트업계가 9월 가격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중소레미콘업계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25일 가격 인상 철회를 요구하는 규탄 대회를 열었다.
이날 규탄대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BIZ 홀은 900여 개 중소레미콘 업체가 참여해 발 디딜틈 없이 붐볐다.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새벽부터 전국 각지의 많은 대표들이 모두가 하나된 목소리를 내보자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레미콘 업계는 시멘트 가격 인상 철회와 함께 시멘트 제조원가 및 인상 요인의 투명한 공개 등을 요구했다. 이석열 레미콘협회 비상대책 공동위원장은 “시멘트 업계는 올해 상반기 가격을 17~19% 올린 데 이어 오는 9월 또 다시 일방적인 가격 인상을 통보했다”면서 “이는 금년에만 33~35% 인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석열 위원장은 이어 “중소 레미콘 업체는 대기업인 건설 업계와 시멘트 회사 사이에 끼어 전례 없는 가격 인상과 화물연대·레미콘 운반사업자 파업, 유류비·운반비 급등으로 역대 최악의 위기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중소레미콘업체들의 대표자·법인이 변경된 경우는 폐업 14건, 매각 41건 등 약 132건으로, 많은 중소레미콘업체들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레미콘 업계는 시멘트 시장이 사실상 독과점으로 흐르고 있어 업계 생태계를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2017년 한일시멘트가 현대시멘트를, 2018년 아세아시멘트가 한라시멘트를 인수하면서 시멘트업체는 7개사에서 5개사로 재편됐다.
배조웅 회장은 “시멘트 업계는 호주산 유연탄 원자재 가격 인상을 이야기하지만, 건설 업계는 실제 원가가 다르다고 말한다”면서 배조웅 “시멘트 가격이 올라가면 건설사와 레미콘값 인상을 두고 협상을 해야 하는데 건설사에서 올려주지 않으면 우리는 셧다운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광주 전남의 레미콘 업체 대표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결정하면 따를 수 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레미콘 제조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규탄 대회에는 김기문 중소기업 중앙회장이 참석해 레미콘 업계에 힘을 실었다. 김기문 회장은 “시멘트 제조사들의 의견도 상세히 들어봐야한다”면서도 “연 2~5% 오르던 시멘트 가격이 올해 33% 오르고, 시멘트 제조사와 레미콘 업체와의 영업이익률 차이가 벌어지는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지금의 가격 인상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시멘트업계는 유연탄 등 원재료 부담을 호소하며, 시멘트 가격 인상이 국내만의 상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 발생 이후 유연탄 가격이 급등했고, 최근 환율마저 급변하며 전량 수입하는 유연탄 등 원재료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일본(32%), 중국(26%)은 물론 미국(43%), 브라질(31%), 이집트(37%) 등 해외 시멘트업계도 전년대비 평균 약 35%나 시멘트 가격을 인상했다”면서 “정부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환경투자로 올해만 약 5400억 원을 투자하는데 다 환경 설비 교체에 따른 생산 감소로 상반기 수요마저 차질을 빚는 등 안팎의 위기 요인을 이겨내는 데는 적정 수준의 제품 가격을 보장 받는 길 외에 다른 수단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