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30년] 굴곡의 세월...尹정부 외교 방향키는 어디로

입력 2022-08-2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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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깊어졌지만…미중 두마리 토끼 잡아야
한미동맹 견고히…중국 협력 관계도 유지
"중국과 가능한 부분은 최대한 협력해야"
"우호적 관계 구축 의지 꾸준히 보여야"
"중국도 진정한 경쟁자로 받아들여야"

1992년 8월 24일.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역사적인 날로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경제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중국이 전세계 주요 2개국(G2)으로 급부상하자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은 미중패권경쟁에 불을 지폈고 양국 사이에서 한국은 좌불안석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한국에 또 다른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안보동맹 뿐 아니라 경제안보도 포괄하는 ‘글로벌 전략동맹’으로 격상된 한미동맹을 견고히 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유지하는 영민한 외교 전략이 불가피하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하루 앞둔 23일 서울관광재단이 운영하는 서울 중구 명동관광정보센터에 중국어 안내데스크가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한·중 수교 30주년을 하루 앞둔 23일 서울관광재단이 운영하는 서울 중구 명동관광정보센터에 중국어 안내데스크가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30년간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발전했으며 중국 역시 한-중 수교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다. 2008년 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올라섰다. 물론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 마늘파동, 2002년부터 시작된 동북공정 등으로 갈등이 불거졌지만, 2015년 12월 한중 FTA 타결로 한·중 경제 관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양국 간에 금이가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한건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갈등이었다. 최근엔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국이 미국 주도의 경제협의체에 동참하자 중국은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으며, 사드 갈등까지 재부상해 새로운 긴장 국면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양국 관계의 골이 더욱 깊어진 것이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9일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박진 외교부 장관을 칭다오에서 만나 양국 수교 30주년을 언급하며 “비바람에 시련을 겪어온 중한관계는 당연히 더 성숙하고 더 자주적이고 더 견고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의 발언을 두고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한국이 창립멤버로 가입한 데 이어 미국이 한국·대만·일본에 제안한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Chip 4)'에 참여 의사를 발힌 데 대해 불편한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두 장관은 사드 문제가 양국 관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자고 뜻을 모았지만 중국 정부는 다음날 바로 사드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대외적으로 3불(不)-1한(限)의 정치적 선서를 정식으로 했다”고 주장했다. ‘사드 3불+1한’은 한국이 △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불이행 △기배치된 사드 운용 제한을 말한다. 다시 불거진 사드 논란이 최근 한중관계의 현주소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하루 앞둔 23일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 가로등에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시스)
▲한중 수교 30주년을 하루 앞둔 23일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 가로등에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시스)

설상가상으로 역대 최악인 상대국에 대한 국민감정도 양국 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21일 한국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15~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반도 주변 5개국에 대한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중국(23.9%)은 미국(59.0%)은 물론 북한(29.4%)·일본(29.0%)보다도 낮았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지탄받는 러시아(23.3%)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외교를 그 어느때보다 지혜롭게 풀어가야 한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이 모호한 자세를 취하긴 어려워졌지만 중국과 미국,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경제안보팀장은 "미국, 중국 3자 관계를 고려했을 때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미국이 강하게 제재하고 있는 반도체 등의 분야는 협력하되 그 외 중국과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급망 관련해서도 중국이 모든 국가가 필요로 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어 이 역시도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요소수 사태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중국과도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중국은 당연히 우리 옆에 있는 나라일 뿐 아니라 경제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어 협력 강화는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면서도 "미국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협조를 안 할 수도 없으니 중국과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계속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중국에게도 미국과의 관계가 불가피하다는 사실도 계속 얘기할 수 밖에 없다"며 "중국이 우리와 우호관계를 지속하고자 하면 이같은 사실을 이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결국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되 중국에도 끊임없이 협력 의지를 표명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도 바꿔야 한다. 연 팀장은 "그동안 우리는 한중수교 이후 중국은 값싼 노동력, 우리는 고기술이란 인식을 가지고 접근을 했지만 더 이상은 이같은 마음가짐으론 안 된다"며 "중국도 진정한 경쟁자로 받아들이고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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