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스프레드가 1년 5개월만에 최대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초 0.605%포인트였던 회사채(무보증 3년) AA-와 국고채 3년물과의 스프레드(금리차)는 이날 0.989%포인트로 확대됐다.
이는 지난해 3월 5일(1.014%포인트) 이후 1년 5개월 만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 초 저점인 1월 25일(0.551%) 대비해서 약 80%포인트 오른 수치다. 6월 말(0.807%포인트) 0.8%포인트대에 접어든 후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1%를 넘어설 기세다.
회사채 발행은 얼어붙었다. 신용스프레드가 큰 폭으로 벌어지자 기업들은 차입 부담 탓에 회사채 발행을 줄이는 모습이다. 이달 들어 회사채 발행액(1조5320억 원)은 전년 동기(2조5553억 원) 대비 40.0%(1조233억 원) 감소했다. 올해 들어 총 회사채 발행액(57조6715억 원)은 전년 동기(78조2744억 원) 대비 20조6029억 원(26.3%) 줄어든 상태다.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 기업들에선 미달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이후 메리츠금융지주, SK디앤디, 통영에코파워가 모집액을 미달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총 모집금액 2500억 원(3년물 2200억 원 및 5년물 300억 원)에 3년물에만 1710억 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5년물에는 한건도 들어오지 않았다. SK디앤디는 총 모집금액 3년물 200억 원에 공모 희망금리로 연 5.7~6.1%을 제시했으나 40억 원을 모집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통영에코파워는 한화에너지가 보증한 3년물 모집금액 780억 원 중 10억 원 모집에 그쳤다. 이어 HDC가 보증하는 3년물 모집금액 1200억 원에선 공모 희망금리로 연 5.7~6.1%로 제시했음에도 0원을 기록, 기관 단 한 곳도 매수 주문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예측 참여율도 하향세다. 지난달 회사채 수요예측은 총 19건 1조5880억 원으로 전년 동월(2조7000억 원) 대비 41.2%(1조1120억 원) 줄었다. 수요예측참여율도 156.2%로 떨어졌다. 전년동월(370.4%) 대비 214.2%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막힌 기업은 대출을 역대급으로 늘리고 있다. 7월 말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12조2000억 원 늘어난 1137조4000억 원으로 7월 기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