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공행진 중인 국제유가와 사라진 에너지 절약 인센티브

입력 2022-08-1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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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21세기가 시작하던 2001년 1월 배럴당 27달러 수준이던 국제원유가격은 급격히 상승하며 2007년 7월 140달러까지 치솟았으며, 이후 지금까지 거의 절반에 가까운 기간 동안 100달러 부근에 머물러 있다. 1990년대의 국제유가가 평균 18달러 정도였음을 고려하면 21세기는 실로 고유가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고유가 동안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절약을 위한 적극적인 캠페인이나 인센티브 강화는 정부 쪽에서도 민간 쪽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아니 오히려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였고 외벽을 유리창으로 두른 에너지 비효율적인 건물이 늘어나고 있으며 에너지 공기업들은 원가 이하로 책정된 요금 때문에 모두 빚더미에 앉아 있다.

1970~80년대의 1, 2차 석유위기 때는 우리나라 에너지 총사용량의 50%를 책임지던 국내 생산 무연탄이 있었지만 엄청난 수준의 에너지 절약 운동이 전개되었다. 학교의 방학이 늘어나고 식당의 심야영업이 중단되었으며 공장도 가동을 중단하였고 국민 모두 한 등 끄기에 동참하였다. 그런데 지금 국제유가가 100달러가 지속되고 있는데 정부도 민간도 절약하자고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21세기 내내 기후변화로 이산화탄소(CO2) 발생을 줄이자는 국제협약과 선언들이 있었고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이 무엇이냐를 두고 국제적으로 갑론을박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거의 100% 수입 외국산인 에너지를 아껴 쓰고 덜 쓰자는 논의와 운동은 매우 드물었다. 무엇보다도 국민이 관심이 없다.

그 이유는? 바로 인센티브 부족이다. 더 효율적인 에너지 설비를 산업현장에 적용하거나 신축 건물의 에너지 사용 기준을 강화하거나, 아니면 연비가 높은 자동차에 보조금을 준다거나 하는 정책들이 있지만, 그로 인한 인센티브가 절약으로 인해 증가하는 불편 비용에 비하면 너무 적은 양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 관련 수많은 토론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이 모두 에너지 효율화 정책을 최우선으로 시행할 것을 요구한 것은 이미 다가온 불경기의 어두운 그림자를 정부와 민간이 함께 잘 헤쳐나가려면 에너지에 들어가는 비용을 크게 절약하는 방향이 국민 개인과 국가에 모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낮고 경직된 전기요금과 기업이 원하는 세제나 보조금 지원보다 융자에 집중되었던 인센티브 제도를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하였다. 융자 지원도 절감 효과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공급 중심의 에너지믹스 논쟁에만 정치권이 집중한 것도 수요관리 부문이 부실하게 된 원인으로 꼽았다.

다행히 6월 말 새 정부 에너지 분야 1호 정책으로 에너지 수요 효율화 종합대책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내놓았다. 산업현장의 에너지효율 혁신, 자발적 참여를 통한 가정과 건물의 에너지효율 개선, 그리고 친환경 미래 차를 중심으로 하는 수송부문 효율제도 정비 등 3대 전략은 현시점에서 시급한 내용을 골고루 담고 있어 첫발을 잘 내디딘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의 진단과 제언도 충분하다. 기업이 요구하는 세제 지원 등 금전적인 지원은 물론 정보 제공, 기술 제공 등의 비금전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독일의 LEEN(Learning Energy Efficiency Network) 제도와 같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이끄는 제도를 추진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전기요금도 현재의 경직적인 단일요금제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사용패턴에 맞춘 다양한 요금제를 선보이는 등 효율과 만족도를 모두 끌어올리는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 국민과 기업이 실제로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에 나서게 하는 인센티브가 충분하냐는 물음에 답할 차례이다. 정부는 강력한 인센티브 정책으로, 그리고 민간단체와 함께 효율화 홍보활동을 활발히 전개하여 국민의 동참을 호소하고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국민과 함께할 수 있는 에너지 수요 합리화 정책을 통하여 그 혜택이 온전히 국민의 몫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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