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중인 국제유가에 농가의 부담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난방용 등유는 지난해 대비 2배가 올랐고, 대형 농기계 등 사용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민생 대책에서 농업에 대한 지원책은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22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102.32달러로 여전히 100달러를 웃돌았고, 브렌트유는 소폭 하락했지만 배럴당 98.38달러로 여전히 1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평균 가격 70달러 선과 비교하면 약 50%가 올랐다.
농가에서 사용하는 면세유 가격은 2배 수준으로 올랐다.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등유는 지난해 평균 1ℓ당 798.67원이었지만 23일 기준 1489.09원까지 치솟았다. 경유와 휘발유도 지난해 ℓ당 829.11원, 802.03원에서 각각 1634.01원, 1484.04원으로 올랐다.
농업이 시설원예 등으로 대형화하면서 이 같은 고유가는 농가에 큰 타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농가구입가격지수'에서 1분기 영농광열비(2015년 100 기준)는 142.7로 2020년 87.1, 2021년 108.6에 비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농가 비용 지출 가운데 기름값 비중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설원예 면적은 5만7380㏊로 이 가운데 1만9184㏊는 경유와 등유를 사용해 난방을 한다. 한 농가 관계자는 "면세유 가격이 2배로 오르면서 난방비가 수천만 원이 더 들어갈 것 같아 걱정된다"며 "최근 인건비, 비료값도 많이 올라 농사 지어봐야 남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유류세와 세금 인하 등 민생경제 부담을 덜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농업에 대한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 현장의 지적이다. 농가 면세유값 부담 완화와 사료값 인상 차액분 보조 등 단기 대책은 물론 식량안보를 위한 전략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양옥희 농민의길 상임대표는 "정부와 여야 모두 급등한 비료값과 사료값, 인건비 등으로 고통받는 농민의 민생은 외면하고 있다"며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시대에 오히려 농산물값을 물가 폭등의 주범 취급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도 농민들의 유류대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류비가 현 상태로 유지되면 겨울철 농가들의 난방비가 많이 들고 이는 물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유류대 지원을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