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했던 ‘청년도약계좌’가 내년 신설된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의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두 사업 모두 청년이 계좌에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정부가 지원금을 얹어 목돈을 만들어주는 유사한 구조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다.
윤 대통령의 공약인 청년도약계좌는 20~30대 청년들이 10년 동안 1억 원의 목돈을 마련하도록 지원하는 게 골자다.
20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청년장기자산계좌)는 20∼30대의 장기 자산형성을 돕기 위해 한도 내에서 일정액을 내면 소득수준에 따라 정부지원금을 지원하고 10년 뒤 최대 1억 원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된 계좌다.
문재인 정부에서 내놓은 ‘청년내일저축계좌’(3년 만기), ‘청년희망적금’(2년 만기)에 최대 10년 만기의 청년도약계좌가 더해지는 것이다.
청년도약계좌는 청년이 소득 수준에 따라 매달 30만∼70만 원을 저축하면 정부가 비과세·소득공제 혜택 또는 정부기여금 10만∼40만 원을 보태 매달 70만 원을 모을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10년 만기가 되면 1억 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공약대로 만기 해지 시 1억 원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연 3.5%(복리 적용) 금리를 제공해야 한다.
총급여 3600만 원(종합소득금액 2600만 원) 이하인 19~34세 청년을 대상으로 금리 우대와 세제 혜택을 주는 적금 상품으로, 매달 50만 원 내로 2년간 저축하면 연 9% 이상의 금리 효과를 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부 예산 지원으로 저축장려금이 지원된다.
가입자들은 계좌를 주식형, 채권형, 예금형으로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이나, 장기 실직, 질병에 의한 장기 휴직, 재해 같은 사정이 있을 땐 중도 인출과 재가입도 허용할 방침이다.
10년간 1억 원을 모은다는 꿈으로 청년을 끌어들이지만, 긴 만기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장기저축상품에 가입한 경험이 적은 젊은 층 입장에서 10년이라는 기간에 매월 30만∼70만 원의 금액을 꾸준히 납입하기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중도 해지 또는 중도 인출 사례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시행된 2년 만기의 청년희망적금의 경우도 한 달 만에 가입자 2만여 명이 중도 해지했다.
긴 만기 동안 기준금리의 변동 역시 불가피한 만큼 기준금리가 하향 조정될 경우 은행권의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다시 제로금리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공약 사항의 금리수준(3.5%)을 지속해서 제공할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의도와는 달리 정부 재정 적자를 가중시키는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
은행들은 정부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며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희망적금은 정부의 예상 수요(38만 명)의 약 7.6배인 290만 명이 가입했는데, 이에 따른 추가 비용 등 수습의 부담은 사실상 은행들이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도약계좌가 본격 도입되면 앞서 시행된 내일채움공제 사업은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내일채움공제는 시행 당시 근무 사업장이 중소기업으로 분류되기만 하면 대상이 되는 탓에, 한때 로펌·병의원 등 고소득 전문직까지도 가입돼 ‘선심성 취업 지원 정책’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 시행 6년째인 현재 수혜 대상 조정 작업이 이뤄져 해당 논란을 어느 정도 불식시킨 상황이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에서 청년들이 오래 근무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했다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내일채움공제는 납입액이 적어 월 30만 원 이상 저축할 수 없는 청년들에게 유리하다.
청년이 2년간 300만 원(매월 12만5000원)을 적립하면 정부(취업지원금 600만 원)와 기업(300만 원, 정부지원)이 공동으로 적립하게 된다. 2년 후 만기공제금 1200만 원 이상이 된다. 최소 30만 원 이상 납입하는 청년도약계좌보다 부담이 적어 중도 이탈 가능성이 낮아진다.
하지만 내일채움공제 사업 규모는 이미 쪼그라들었다. 3년간 16만5000원씩 납입하면 만기 시 3000만 원을 받을 수 있었던 유형은 지난해 사라졌고, 현재 2년 만기형 역시 2020년까진 최종 적립금이 1600만 원이었다가 지금은 400만 원이 줄어든 1200만 원으로 조정됐다. 가입 가능한 청년층 임금 상한도 줄면서 문턱이 높아졌고, 기업 부담금도 점점 커졌다.
더욱이 이 사업은 신규 취업자, 청년 재직자 등 대상에 따라 두 가지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각각 고용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담당하는 식인데, 중기부의 청년 재직자 프로그램은 올해 말로 일몰 예정이다. 올해의 경우 해당 사업에 편성된 예산은 1조4000억 원 규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