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자사주 매입 OK”에도 꿈쩍 않는 금융사들

입력 2022-07-2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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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금융투자권역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금융투자권역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기존 원장들과 달리 금융사에 자사주 매입의 길을 열어줬는데도, 금융사들은 요지부동이다. 시장에서는 금융사의 주가가 덜 내렸거나, 주주 가치 제고에 관심이 없어 금융사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20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회사 차원에서 자기주식을 취득한 금융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한 회사도 0곳이었다. 이 원장이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 모아 건전성에 저해되지 않는 범위에서의 자사주 취득을 독려했음에도 금융사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이 원장은 금융투자업계 CEO와의 간담회에서 “자사주 매수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건전성이) 어느 정도 충족됐다는 전제하에 금융기관과 타 기관(일반 회사)을 굳이 달리 취급할 필요는 없지 않다”라고 부연했다. 그동안은 일반 기업보다 높은 건전성을 요구받는 금융사가 자사주를 취득하기 까다로웠는데, 이를 어느 정도 완화해준다는 뜻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날 원장님이 중요하게 생각한 키워드는 ‘자사주’”였다”며 “새로운 메시지를 주고 싶어 하셨다”고 귀띔했다.

이는 전임 원장들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정은보 전 금감원장은 지난 5월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자사주 매입, 배당 등은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금융사에 자사주 매입 자제를 부탁한 것이다. 윤석헌 전 금감원장 역시 확보된 자본을 자사주 매입으로 소진하기보다는 실물경제 유동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코로나19로 경제가 부진하고 가계부채가 폭증한 것이 배경이었다.

통상 자사주 취득은 경영진의 책임 경영 중 하나로, 향후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특히 주가가 하락할 때의 자사주 취득은 주가의 추가적인 하락을 저지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특성상 주주 가치를 높이는 수단 중 하나로 여겨진다. 현재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금융지주, 삼성증권 등 주요 증권주는 연초보다 가격이 많이 떨어져 저가 매수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는 금융사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빠졌는데도)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는 건 본인 회사 주식이 더 저평가돼야 한다고 보는 것이거나 주주 가치 제고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사 임원들은 개인적으로 자사주 취득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5000주의 주식을 장내 매입했다. 최근 인사로 부행장에 오르거나 연임한 부행장들도 매수에 나섰다. 박봉규, 손근수, 현권익 IBK 부행장들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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