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 올리면서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CB(전환사채) 시장 금리는 여전히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부 기업은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우려에 사채를 조기 취득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달 들어 CB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발표한 상장사(코스피, 코스닥)는 모두 18개사(정정 시점 기준)다.
CB란 돈을 빌리면서 원금 대신 주식을 대신 요구할 수도 있는 채권이다. 상장사 입장에서는 원금을 갚지 않고 주식 발행으로 대신할 수 있어 금융비용 부담이 적다.
CB에는 이자에는 2가지가 있는데, CB를 보유하는 중에 지급하는 ‘표면 이자율’과 갚을 시점(만기)에 적용되는 ‘만기 이자율’이 있다. 이자율이 낮을수록 투자자들이 CB 전환을 염두에 두고 투자했다는 의미다.
이달 들어 CB발행을 공시한 기업 중 절반에 해당하는 9개사는 표면 이자를 0%로 발행했다. CB 보유 기간은 아예 이자를 받지 않겠다는 의미다. 만기 이자율이 0%인 기업도 카나리아바이오, 아이오케이, 유일에너테크, CJ CGV 등 4곳이다.
이는 한은이 지난 13일 기준 금리를 연 연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인상한 것과 대조되는 현상이다. 이번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1999년 기준금리 도입 이래 첫 ‘‘빅스텝’ 인상이다. 3연속으로 기준 금리를 올린 것도 사상 처음이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CB 이자율이 ‘무이자’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점은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CB는 빌린 돈을 발행 당시 책정한 ‘‘전환가액’으로 계산해 주식으로 받을 수 있는 옵션(전환청구권 행사)이 붙어있다. 이자를 받지 않아도 기업가치가 상승할수록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다만 모든 기업이 ‘무이자’ 혜택을 볼 수 것은 아니다. 이달 중 CB 발행에서 가장 높은 이자율을 기록한 상장사는 엘아이에스로 표면이자율 4%, 만기이자율 7%였다.
특히 지난해 증시호황 때 CB를 발행했다가 전환되지 못하고 만기 전 취득하는 기업도 다수 눈에 띈다. 이달에만 17개 기업이 기발행한 CB를 회사에서 다시 사 왔다. 사실상 투자받았던 돈을 다시 되돌려준 것이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최근 증시가 조정장세에 들어서면서 CB 투자 유치가 어려워졌다”며 “자금이 필요한 회사들은 모두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런 ‘CB 쏠림’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CB 상향 리픽싱이 시행되면서 투자 매력이 줄어든 데다,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단순히 자금 유치를 통한 사업 성장 기대감보다는 자금 조달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B 발행이라고 모두 같지 않다. 모 회사나 관계사서 발행하는 경우도 있고 현물 출자 개념인 사례도 있다"며 “단순히 자금 조달이라고 인식하기보다 발행 배경이 뭔지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