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맨날 실패... 이 정도면 도전 자체가 효도”
가수 임영웅은 9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7일 저녁에 진행된 자신의 서울 콘서트 티켓팅에 본인도 실패한 사연을 공개했다. 임영웅이 공유한 사진은 다른 티켓팅 희망자가 캡처한 것으로 보이는 예매 사이트 화면으로, 대기 인원 55만여 명, 예상 대기 시간 153시간이 남았다고 표시돼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면서 인기 가수의 콘서트나 공연, 스포츠 경기 등이 쏟아지고 있다. 그간 공연과 경기 관람에 목말라 있던 팬들은 환호하고 있다. 워낙 많은 수요가 몰리면서 ‘피켓팅’(피 튀는 티켓팅)이라는 신조어까지 나타날 정도다. 실제 PC방 전문 리서치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임영웅의 서울 콘서트 티켓 예매가 있던 날 저녁 전국 PC방 가동률이 일평균 가동률 16.13%의 두 배가량인 31.18%로 치솟았다.
공연·경기 관람 욕구가 충족되는 것은 긍정적이나, 이를 이용해 부당 이익을 취하는 사례가 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암표 거래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작게는 원래 푯값의 수만 원을 얹거나 많게는 수배의 가격까지 높여 비싼 값에 판매되는 온라인 암표는 티켓팅에 실패한 열성팬들에게는 마지막 수단이다. 이 때문에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되려 ‘해당 표를 판매해달라’는 구매 희망 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에 암표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토트넘 홋스퍼 내한경기는 가장 비싼 좌석 정가가 40만 원이었으나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300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임영웅의 콘서트 티켓값은 부르는 것이 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문적인 암표상들은 기회를 놓칠새라 활개를 치고 있다. 전문 업자들은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을 통해 티켓을 대량으로 싹쓸이한다고 한다. 또 휴대전화의 비행기 모드를 이용한 ‘백도어’를 통해서 티켓을 선점하는 사례도 있다.
문제는 최근에 일반인들도 암표팔이를 통해 재테크를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 예매가 있는 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암표팔이가 티켓팅 하는 것을 봤다’, ‘표를 되팔려고 궁리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엿들었다’는 등의 목격담이 속속 게시된다.
이렇게 암표거래가 기승을 벌이면서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암표를 판매한다며 돈을 받고 잠적하는 사기 범죄도 심심찮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1명의 사기꾼에게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이 24명가량 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암표 거래는 법적으로 금지돼있다. 그러나 직거래 등 현장 거래 상황이 적발돼야만 처벌할 수 있다. 현장에서 거래하지 않는 온라인상 거래는 처벌이 불가능한 이유다.
아직 온라인 암표 거래에 대한 처벌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티켓팅도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 않다. 지난 3월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지난해 암표 거래 방지에 대한 공연법도 개정됐으나 직접적인 처벌 근거가 아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노력 의무만 명기됐다. 이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티켓 거래 사기는 처벌할 수는 있으나 추적이 쉽지 않다. 거래에 사용된 개인정보가 거짓일 가능성도 있으며 계좌, 번호 등을 도용하는 예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애초에 암표 거래를 하지 않기를 권한다. 또한, 경찰청 사이버수사국 사기의심계좌 조회 서비스나 사기 피해 정보공유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더치트’ 등을 통해서 거래자를 정보를 조회해 최근 3개월간 3회 이상 신고가 접수됐는지 확인한 후 거래를 진행할 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