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자의 행운을 겪은) 초보자들은 이런 생각을 합니다. '500만 원이 아니라 5000만 원을 넣었어야 했는데.' 초심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뇌 때문입니다.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게 구조화돼있습니다. 모든 투자자가 이런 과정을 거칩니다."
박종석<사진>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9회 대한민국 금융대전’에서 ‘주식 때문에 괴로울 때 바꿔야 하는 것들’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포문을 열었다.
박 원장은 연세대 의과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레지던트를 지냈다. 서초 삼성전자 사내클리닉 전문의를 지냈으며, 현재 구로 연세봄정신과 원장 및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외래교수로 근무 중이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자문을 비롯해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우린 조금 지쳤다', '살려주식시오' 등 다수 저서를 출간했다.
그는 2017년 투자 실패를 통해 전 재산과 직장을 잃은 적 있다고 고백했다.
박 원장은 "의사니까 멘탈관리를 잘하고, 남들보다 운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라며 "되돌아보면 나는 욕망의 노예였고 불안을 다스리지 못했으며, 더 큰 불안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뇌가 흔들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이유는 주식 초보라거나 재무제표를 읽지 못해서가 아니라 욕망을 조절하는 보상회로를 조절하지 못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찍은 종목이 상한가를 찍었을 때는 도파민 호르몬이, 하한가를 찍었을 때는 세상이 밉고 분노하고 좌절하게 하는 세로토닌 호르몬이 나온다"라며 "욕망의 고속도로와 안정을 잘 다스려야 현명한 투자 생활을 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자기객관화를 위해 스스로가 도파민형 투자자인지, 세로토닌형 투자자인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도파민형 투자자는 실패의 두려움이 적다. 나쁜 기억을 되새김질하지 않고 투자 성공 시 긍정적인 부분에 집중한다. 삼성전자 등 안전주식에 돈이 묶이는 것을 선호하지 않고 빨리 승부를 보려고 한다. 소위 '물타기'를 많이 하고 테마주, 바이오주 등 변동이 심한 주식을 선호한다.
반면 세로토닌형 투자자들은 대체투자에 집중한다. 종목 투자시 안전한 주식에 집중하고 ETF 등의 상품을 보다 선호하는 성향이 있다.
그는 "자신의 성향에 대해 먼저 알지 못하고 투자한다면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라며 "투자 시점과 환경을 고려하고 내 멘탈이 얼마나 안정적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하락장에서 매일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확인하며 마이너스 수익에 스트레스를 받는데, 어떻게 주식 생각을 안 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공황장애 치료법과 비슷하다"라며 "HTS 주식 프로그램, 모바일 주식앱을 모두 지우고 최소 2개월간 아무것도 보지 않아야 한다"라고 답했다.
이어 "내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라며 "운동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 등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을 찾으면 좋다"라고 대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