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차익 효과 톡톡”…치솟는 환율에 웃음짓는 서학개미

입력 2022-07-1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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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현대차증권
▲출처=현대차증권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 A씨는 얼마 전 가지고 있던 애플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달러 기준으로는 -2%가 넘는 손실을 봤는데, 원화로 환산했더니 오히려 4%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 덕택이다. A씨는 “환율이 하루아침에 크게 떨어질 수도 있어 수익이 났을 때 매도하고, 낮은 가격에 다시 매수해 평단가를 낮췄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 행진하는 가운데 한미 금리 역전으로 추가 상승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강달러에 따른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는 남몰래 웃음 짓고 있다. 환율이 올라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이 일부 상쇄되거나, A씨처럼 마이너스(-) 수익률이 플러스(+)로 전환되는 경우도 있어서다.

원화 대비 달러 환율은 이미 ‘심리적 저항선’인 1300원대를 뚫은 지 오래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미국의 강도 높은 긴축, 이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달러를 밀어올리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이탈과 무역적자 확대 역시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초읽기에 들어간 한미 금리 역전도 불안을 키운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와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은 연 1.75%로 같다. 한국이 이달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를 단행하고, 미국은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는다면 양국의 기준금리는 각각 2.25%, 2.5%로 역전된다. 금리가 역전되면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환율이 상승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국내 증시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환차손(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해)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자금을 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외국인 이탈은 증시와 원화 약세를 심화시키고, 다시 외국인 이탈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몰래 웃음 짓는 투자자들이 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이다. 상대적이긴 하지만, 높은 환율 수준이 손실을 상쇄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테슬라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초 1199.78달러에서 752.29달러로 주저앉았다. 종가 기준으로 무려 -37.30%나 하락했다.

하지만 환율 변동을 적용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만약 서학개미가 1월 3일 테슬라를 1주 매수했다면 가격은 당시 종가 기준(1191.80원)으로 약 143만 원이다. 이때 산 주식을 현재 환율 수준(8일 종가 기준 1300.40원)으로 환산하면 약 98만 원이다. 달러로 보면 테슬라 주식은 이 기간 37%가 넘게 빠졌지만, 환율을 고려한 손실률은 -31.5%로 6% 정도 이득을 본 셈이다. 다만 환산 수수료와 세금을 고려했을 때 실제 손실률은 이보다 클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증시에서도 환율 변동성을 그대로 적용한 환노출형 상장지수펀드(ETF)가 환율을 고정한 환헤지형보다 상대적으로 앞선 성과를 보이고 있다. 미국 S&P500을 기초지수로 삼는 ‘KBSTAR 미국S&P500’과 ‘TIGER 미국 S&P500’은 지난 8일 기준 연초 대비 각각 -11.15%, -11.39% 내렸다. 그러나 환헤지형으로 설정된 ‘ARIRANG 미국S&P500(H)’의 수익률은 이 기간 -16.96%로 집계됐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달러 강세로 환노출형의 성과가 좋았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환율이 1300원 아래로 안정화되면 다시 환헤지형 수익률이 앞설 수 있다. 환율보다는 지수의 방향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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