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 만에 6%대로 치솟은 가운데, 올해 들어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외식 품목은 최근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도시락'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는 직장인 점심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근로자의 비과세 식대비를 현행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지수는 작년 12월보다 5.0%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3.4%)을 웃돌았다. 앞서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외식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0% 올라 1992년 10월(8.8%) 이후 29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을 보였다.
39개의 외식 품목 가격은 작년 말과 비교해 모두 상승했다. 이 중 도시락(8.7%)의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자장면(7.3%), 떡볶이(7.2%), 햄버거(7.2%), 김밥(7.0%) 등이 뒤를 이었다. 국민들이 즐겨 먹는 치킨 가격도 닭고기, 식용유 가격 등의 강세로 지난해 12월보다 6.8% 상승했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오른 '도시락' 품목의 물가는 편의점 도시락 가격과는 별개로 조사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정찬과 마요 시리즈의 도시락 등이 '도시락' 조사 품목에 해당한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일부 외식업계에서 내놓은 정찬 도시락 품목도 포함된다. 품목상 '가공식품'에 포함돼 별도로 조사되고 있는 편의점 도시락 물가는 지난해 말보다 1.5% 올랐다.
밀가루 가격이 치솟으면서 칼국수(6.7%), 라면(6.5%), 짬뽕(6.4%) 등 면류의 가격도 많이 올랐다. 직장인을 비롯한 서민들이 자주 먹는 된장찌개 백반(5.9%), 김치찌개 백반(5.7%) 등의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고, 소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삼겹살(5.6%)과 갈비탕(5.3%) 가격의 오름세도 컸다. 여름에 자주 찾는 냉면 가격도 5.2%나 올랐다.
최근 고물가로 런치플레이션(점심을 뜻하는 '런치'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가 나타날 정도로 직장인의 점심값 지출이 늘자, 직장인들은 도시락 등을 통해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도시락 체인점 한솥은 5월 도시락 매출이 전년 같은 달보다 16%, 단체 도시락 매출은 전년 같은 달 대비 31% 증가했다고 밝혔다.
외식 가격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에 따라 국제 원자재 가격과 농축산물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이후 소비 심리 회복까지 영향을 주고 있어서다.
이같은 상황에서 여야는 직장인 점심물가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근로자 밥값 지원법'을 추진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중순 근로자의 월 급여에 포함되는 식대의 비과세 한도를 현행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1일 "(직장인 급여 가운데) 비과세 식대 한도를 현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올리고, 이를 올해 1월부터 소급적용하는 '밥값 지원법'을 다음 주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