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차별과 혐오의 시대, 타자와 공존하는 법…‘타자철학’

입력 2022-06-29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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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他者)는 사전적으로 자기가 아닌 사람을 뜻한다. 철학적으로는 보통 사회적 소수자를 지칭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의 타자는 장애인, 성소수자, 노인, 어린이, 여성,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가정 구성원 등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신체적 또는 문화적 특징 때문에 자신이 속한 사회의 주류 집단으로부터 구분돼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이러한 타자들을 철학적으로 사유한 책이 출간됐다. 현재 한국프랑스철학회장을 맡고 있는 서동욱 서강대 철학과 교수는 책 ‘타자철학’을 통해 소수자 차별로 얼룩진 한국 사회에 ‘타자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우리에게 타자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선 그는 세계적으로 보수화의 물결이 몰아치고, 극우 정당이 득세하는 근본 원인을 ‘타자의 도래’로 본다. 9‧11 테러 이후 이슬람에 대한 혐오를 비롯해 친이민정책 등에 대한 근심과 불안이 국수주의를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서 교수는 “한국은 서구 제국주의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때는 보편적인 반인종주의를 표방하지만 대체로 그것은 추상적인 가치에 머무는 듯 보인다”고 설명한다.

이어 “구체적인 이익 관계가 관건이 될 때는 서구의 배타적 대응 방식, 인종적 편견을 그대로 또는 한층 강화된 형태로 복사해서 내면화하고, 이방인 혐오를 실현하기도 한다”며 “그뿐 아니라 특정한 지역이나 특정한 성적 정체성 자체를 이방인화하는 고질적인 방식 역시 늘 살아 있다”고 꼬집는다.

그렇다면 타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고, 공존과 연대로 나아가는 데 왜 하필 법이나 제도가 아닌 철학이 요구되는 것일까? 서 교수는 “타자가 출현할 수 있는 길이 가로막혔을 때, 이 가로막힘은 근원적인 차원에서는 물리적인 것이 아니므로 사유의 힘이 그 막힌 길을 다시 열어줄 수 있다”고 말한다. 바로 그 ‘사유의 힘’을 견고하게 하는 과정에서 철학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서 교수는 레비나스, 데리다, 들뢰즈 등 철학자와 그들 사상을 경유해 타자의 문제를 다각도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그 길의 핵심은 ‘이타성에 대해 사유하기’다. 타자가 타자로서 오롯이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 구성원이 다 함께 머리를 맞대며 고민하는 일이 건강한 사회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아울러 서 교수는 ‘공동체’라는 단어에 주목하며 같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타자가 어떻게 조화롭게 융합될 수 있는지 모색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공동체가 전체주의적 집단으로 변질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끝으로 그는 “타자는 결코 새로운 성찰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 삶이 처음에서 끝에 이르기까지 공동체 속에 있다면, 타자는 철학 이전에 생활 속에서 함께하는 이”라며 “(타자들을) 하나의 원리가 지배하는 전체로 흡수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우리는 타자에 대한 존중이라고 부른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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