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의류만 모은 인터넷쇼핑몰 '패션플러스' 김해련 사장은 꽤 일찍이 전자상거래 시대를 예견하고 'e 시장'에 뛰어든 주인공이다.
실제 입어보지도 않고 인터넷으로 옷을 산다는 개념이 전무했던 시절, 브랜드 의류사이트 '패션플러스'를 열었다.
김 사장은 "1999년 9월에 사이트를 오픈했었어요. 그 당시 인터넷으로는 어쩌다 값 싼 옷만을 살 수 있었을 뿐, 품질이 좋은 브랜드 의류는 인터넷으로 살 수 없었죠"라고 말했다.
◆창립 10년...브랜드 750여개 지난해 매출 650억원
패션플러스는 올해 9월이면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이트도 번창해 갔다. 초창기엔 브랜드 수가 20개였으나 현재는 무려 750개에 달한다. 경기불황기에는 더욱 더 그 진가를 발휘했다.
지난해 하반기 본격적인 불황기가 접어들면서 일일 거래액이 눈에 띄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2억원어치가 팔린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 650억원을 기록, 전년 450억원 대비 44%나 신장한 수치다.
김 사장은 패션플러스를 열기 전에 의류디자이너이면서 회사를 경영했다. 고급 정장 브랜드 '아드리안느'를 만들어 신세계백화점을 시작으로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그리고 지방의 유명 백화점까지 입점시켰다.
당시 여대생들이 졸업식에서 가장 입고 싶어 하는 최고의 고급 정장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렇게 잘 나가던 사업이 IMF라는 시련과 맞닥뜨려야 했다. 뉴코아나 태화 등 대형 백화점이 부도가 나면서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까지 왔기 때문이다.
재고는 쌓여가고 고민은 깊어가던 중, 홈쇼핑 채널을 노크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김 사장은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어요. 2시간 홈쇼핑 방송을 통해 1억원이 넘는 매출을 냈거든요. 그 매출은 당시 A급 백화점 매출을 능가하는 수준이었어요. 그 때 깨달았어요. 전통적인 방식의 유통망이 아닌 새로운 유통망을 개척해야 한다는 것을요"
김 사장은 고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 4명이 있었는데, 이들 모두 인터넷 관련 공부를 한 인터넷 전문가들이었다. 모이면 인터넷 이야기를 했고 모두들 인터넷 세상이 온다는 데 확신을 갖고 있었다.
김 사장은 "인터넷으로 TV홈쇼핑처럼 옷을 팔면 어떨까하고 얘기하면서 분명히 가능성이 있다고 저를 부추기더라고요"하고 말했다.
김 사장의 열정은 패션사업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지난 2001년에는 대우로부터 국내 최대 패션 컨설팅회사인 인터패션플래닝을 인수 합병했다.
패션 산업은 연구개발이 뒷받침 돼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인터패션플래닝에서는 패션산업을 다른 산업으로 확장해 다양한 산업에 걸쳐 소비자 및 디자인 트렌드, 그리고 시장을 분석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김 사장은 "패션과 의식주 트렌드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함께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매년 트렌드 설명회를 20회 열고, 브랜드 컨셉트를 개발하는 컨설팅도 20건 가량 진행한다. 삼성전자, 엘지전자, 현대 자동차, 대우자동차, 신세계, 태평양, 이랜드, 노스페이스, CJ 등이 고객사들이다.
◆ 스스로 자기개발 통해 발전해야...도전의식 강조
김 사장은 직원들 각자가 주인의식을 갖고 스스로 회사를 만들어 나가는 조직을 선호한다. 연말에는 각 부서에서 사업계획서를 수립, 목표 수치를 정해서 이를 달성하도록 하고 있다.
'사업계획'발표 부터 '실행', '결정'에 이르기까지 직원들 스스로가 알아서 해나가는 시스템이다. 매사에 도전적이고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는 것을 즐기는 김 사장으로서는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가 추구하는 경영방식을 보면 어떤 인재를 좋아하는지도 대략 짐작이 간다.
김 사장은 "사람의 발전 가능성은 한도 끝도 없다.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는 사람이 가치 있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인터넷 기업은 인재가 생명이어서 개인이 발전이 없으면 곧, '흐르지 않는 회사'와 같다는 것이다.
이런 가치관을 갖고 있는 김 사장은 요즘 20대 젊은 사람들이 도전은 고사하고, 너무 '안전'만을 추구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김 사장은 "얼마 전 한 대학 교수가 얘기하더군요. 심지어 경영학과 학생들이 진로에 있어서 행정고시를 1위로 선호한다고 합니다. 경영학을 전공했음에도 창업가 정신은 없고, 아직 젊은 나인데도 편하게만 살려고 하는 것 같아 보여 참 아쉽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사장은 "우리나라가 예로부터 어려운 시기를 거치면서 역동적이고 개척정신이 강하기로 유명하지 않았습니까? 젊은이들을 너무 기능적인 교육만 시킬 뿐, 도전의식 등을 심어주는 의식교육에는 너무 소홀한 것 같다"며 교육방식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김 사장은 브랜드 의류사이트인 '패션플러스', 트렌드컨설팅연구소 '인터패션플래닝' 등의 법인인 '에이다임'을 내년 쯤 코스닥시장에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가 지나고 해가 바뀌면 지금보다는 경기가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 긍정적 사고와 에너지 넘치는 '멀티플레이어'
힘들게 성공을 일궈낸 김해련 사장이지만 때론 속상하거나 괴로운 일도 있을 터. 김 사장은 "다행히 잘 잊어버리는 성격이에요.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미련을 갖지 않아요.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준비하며 달려가기 바쁘지 않나요?"
누구나 머리를 끄덕이며 수긍이 가겠지만 막상 행동에 옮기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김 사장은 에너지 넘치고 자신감 가득한, 긍정적인 사고의 소유자라는 걸 짐작케 한다.
이미 어린 시절에도 그는 매우 다재다능하면서도 당돌했다. '멀티플레이어' 기질이 농후해 글, 노래, 그림 등 못하는 게 없었다. 유치원 다닐 때는 차비를 아껴 군것질을 하려고 친구와 노래를 부르고 대신 운전기사 아저씨한테 차비를 면제 받기까지 했다. 나중에 이 사실이 엄마 귀에까지 들어가 혼나기도 했지만.
옛날에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만삭의 몸으로 힘들게 공부하다가 여름방학 때 한국에 들어와 출산을 하고, 열흘만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공부를 했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해진지 오래다.
김해련 사장은 사업으로 바쁜 와중에 건강관리도 소홀하지 않는다. 일주일에 3번은 아침에 핫요가를 하고, 요가를 하지 않은 날에는 저녁에 헬스장을 간다. 주말에는 골프를 친다.
경기가 어려워져 의류업체들이 고전하는데다 인터넷에는 값 싼 브랜드 카피제품이 난무해 시장여건이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는데 이로 인한 걱정은 없을까.
김 사장은 "패션플러스는 브랜드 의류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그만큼 재구매율이 50%를 넘을 정도로 충성고객이 많습니다. 다양한 선택을 제공하기 위해 한 달에 3만개의 새로운 상품을 업데이트해서 'Every Fresh'를 유지할 겁니다"
■김해련 사장 프로필
1962년 1월 12일 서울 출생
1984년 2월 이화여대 경영학과 졸업
1986년 8월 뉴욕 PACE UNIVERSITY 경영학 석사 (MBA marketing 전공)
1988년 2월 N.Y F.I.T 졸업 (Fashion Design전공)
1989년 9월 여성복브랜드 <아드리안느> 회사 설립 대표이사
1999년 6월 ㈜아이에프네트워크 설립 (대표이사)
2006년 -2008년 삼성 래미안 자문 위원, KT 자문 위원, 삼성홈플러스 자문 위원
현재 ㈜에이다임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