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상담소] 어느 정신장애인의 청첩장

입력 2022-06-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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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사회복지사

얼마 전 정신장애인으로부터 청첩장을 받았다. 그의 나이 45세, 조현병 증상이 완화되어 병원에서 나왔고 사회복귀 훈련을 통해 사회에 적응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8살 차이 나는 결혼할 여자 친구도 조현병이 있다. 사회복귀시설에서 함께 활동하다 만난 그들은 서로에게 끌려 사귄 지 벌써 6년째다. 진작에 결혼하고 싶어 양쪽 집안에 의사를 밝혔지만 양가 모두 연애만 하라며 결혼을 반대했다고 들었었는데, 결혼 소식에 축하와 걱정 두 가지 마음이 함께 덮쳤다. 어른들의 허락만을 기다려온 그들은 가족들의 축복 속에 올리는 결혼식을 포기하고 그냥 둘이 살기로 했다고 했다. 둘 다 정신장애인이고 아직도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하다 보니 가족들이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 이유도 이해가 된다는 그들, 대단한 용기다. 진심으로 그들의 용기와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또 마음 한편으로는 걱정스런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중증이든 경증이든 누구나 결혼할 권리가 있다. 결혼은 분명 축복할 일이다. 장애인들도 행복한 삶을 위한 결혼이 필요하고 결혼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장애인의 결혼은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니 현실적으로 시각이나 청각장애인들과는 달리 정신장애인이나 정신지체장애, 발달장애인들의 결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부모들 역시 장애 자녀들이 결혼도 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를 그 누구보다 바라지만, 결혼은 현실인지라 찬성할 수도 축복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결혼은 독립을 의미하지만 정신장애인이나 정신지체장애, 발달장애인들 간의 결혼은 가족들 입장에서 보면 돌봐야 할 대상이 한 사람 더 늘어나는 의미가 더 크다. 혹여 2세 출산까지 이어지면 유전이란 현실적인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고, 2세 양육은 오로지 가족, 부모의 몫이 되기에 문제의 심각성은 더하다. 결혼한 장애인 커플들을 보면 당사자들은 서로 좋아 어쩔 줄 모르고, 인생의 동반자로서 서로 의지하며 심리적 안정을 얻는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큰 것이 사실이다. 하나 그 이면에는 부모들의 희생이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경제적인 부담은 물론 의식주 어느 하나 부모의 손길이 닿지 않는 것이 없다.

장애인들의 결혼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실현되었느냐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럼에도 개인의 문제로 여기다 보니 부모들은 장애 자녀의 결혼을 꿈으로만 생각하고, 그러다 보니 장애인들의 혼인율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사회가 개입해 사회 안에서 장애인들도 결혼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하다. 장애인들의 결혼과 출산, 생계 유지 등에 필요한 교육과 훈련을 실시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하여 부모 동의하에 단산 조치를 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김현주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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