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대법원은 대북전단을 풍선에 실어 날리는 행위와 휴전선 부근 주민들의 생명, 신체에 급박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북한의 도발 행위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하고 이를 제지하는 행위는 위법한 것이 아니라고 판결하였다. 2018년 평양정상선언의 9·19 군사합의로 접경지대에서 남북 간 우발적 무력충돌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대북전단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북한이 이를 위협하는 사례도 없어졌다. 대북전단 살포 단체의 명분이 어찌되었든 지역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전단살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현행법이다. 따라서 법치국가 원리에 따라 자제되어야 할 행위임에는 분명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칠까? 현재 코로나 확산으로 북한 당국은 그야말로 초비상 상황이다. 방역이나 보건의료 체계가 상당히 낙후되어 있는 북한 당국으로서는 초비상 방역조치를 발령하고 부족한 물자를 중국으로부터 조달하고 있다. 지금은 확산세가 줄어들고 있지만 이미 유열자로 포장된 확진자는 400만 명을 훌쩍 넘었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의 발표보다 실제로는 더 심각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가운데 북한 당국은 코로나 확산의 책임소재를 위해 코로나 발발 진원지를 조사하고 있다.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남북한 접경지역을 지목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불만을 남측으로 돌리기 위해 남측으로부터 건너온 전단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순간 남북관계의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코로나 원인균이 물자나 물체의 표면에 잔존하여 감염되는 경우는 상당히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지속 살포를 문제 삼으면서 군사적인 위협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2020년 6월, 남북연락사무소의 폭파는 대북전단이 원인이 되었다. 그때처럼 지금도 남북관계에서 매우 미묘한 시기이다. 북한이 올해 초부터 탄도미사일을 지속 시험 발사하는 한편, 핵무력을 선제적 수단으로 쓸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후 마치 우리를 겨냥하듯이 다종의 미사일을 몰아치기식으로 쏟아붓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에 대한 실제적 대응을 중시하며 미사일 발사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 또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더욱이 북한은 7차 핵실험을 위한 모든 사전 준비를 끝내놓은 상태이며 7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긴장상황은 최고로 높아질 것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핵실험 이후에도 북한의 행동을 두둔할지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치열한 외교전도 예고하고 있다. 이래저래 한반도 상황은 악재의 연속이다.
긴장은 또 다른 긴장을 낳는다. 강대국과 신흥대국 사이의 전쟁을 예고하고 있는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s trap)’은 결국 불확실성에 대한 인간 내면의 공포에서 비롯된 것이다. 세계 경제와 생활 문화권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지구촌 시대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명분 없는 싸움은 세계 경제를 어렵게 하고 전 세계인들을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전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던 20세기 냉전이 종식된 지 불과 30년이 지났다. 한반도에는 다시 신냉전의 우울한 암영이 드리우고 있다. 북한은 명분 없는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기 바란다. 우리 민간단체들도 아무런 효과 없이 긴장만을 부추기는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자제하기 바란다. 북한은 핵실험을 앞두고 당 전원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긴장으로만 치닫는 마이웨이식 행보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전향적인 정책의 전환을 보이길 바란다. 그것이 공포와 불확실성에 벗어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