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이 고물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은 물가 상승이 임금 인상으로 상쇄되지만, 비정규직은 물가가 임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서다.
이투데이가 2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데이터를 토대로 2005~2021년 물가 상승률과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간 관계를 분석(상관·회귀분석)한 결과,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면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서 정규직 임금 상승률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구성품목 중 개인서비스 상승률이 1%포인트(P) 오를 때 정규직 임금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은 0.7%P 올랐다.
개인서비스는 외식과 학원비, 의료비, 보험료, 교통비, 숙박비, 문화·여가·오락시설 이용료 등으로 구성돼 있다.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 석유류 등과 달리 가뭄·홍수, 국제유가 상승 같은 공급 충격이 발생해도 물가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 대신 수요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기조성이 강해 디플레이션(저성장·저물가) 등 큰 경제 충격이 없으면 물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물가지수를 구성하는 여러 품목성질 중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도가 상대적으로 크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에서도 개인서비스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총지수(458개 품목)에서도 개인서비스 비중(총지수 1000 중 307.8)이 큰데, 근원물가인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401개 품목)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309개 품목)에선 품목이 축소돼 비중이 더 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독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정규직 임금 인상률과 연동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규직 중심의 노동조합은 매년 임금단체협상에서 사용자(사업체)에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기조성과 체감도가 큰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은 노동조합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주된 명분 중 하나다.
반면,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률과 비정규직 임금근로자 임금 간 상관관계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2005년 이후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2008년(4.7%)에도 정규직 임금은 5.9% 올랐지만, 비정규직 임금은 1.6% 오르는 데 그쳤다.
물가 상승에 따른 차별적 임금 인상은 조직력과 교섭력의 차이로 해석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률은 0.7%로 정규직(13.1%)의 19분의 1 수준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조 가입률의 차이뿐 아니라 개별 근로자의 협상력에도 차이가 있다. 정규직은 노조가 아니라도 조직 내에서 전문성이나 업무의 중요도를 인정받아 물가 인상분을 임금으로 보전받을 수 있다”며 “반대로 비정규직은 2차 노동시장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성이나 중요도를 내세워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물가가 오른다는 건 화폐가치 하락을 의미하는데, 그만큼 임금이 오르지 않는다면 실질임금은 하락한단 의미”라며 “인플레이션의 고통도 저소득층에 집중된단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