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 도입 이후 증가 추세… 최근 3개월 새 4100건 늘어
5년전과 비교하면 2만 건 이상 증가
인터넷으로 조회가 불가능하고, 예금주가 직접 은행을 방문해야만 입, 출금이 가능한 비상금 계좌인 이른바 '스텔스 계좌'가 인기를 끌고 있다.
24일 이투데이가 집계한 올해 3월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의 스텔스 통장 계좌수는 11만6814개로 3개월 새 4201건 늘었다.
4대 시중은행의 스텔스 계좌는 2018년 9만5892건, 2019년 10만9241건, 2020년 11만766건, 2021년 11만2613건을 기록하면서 해마다 늘고 있다. 5년전(2018년)과 비교하면 22% 증가한 수치다.
스텔스 계좌는 보이스 피싱이나 전자거래의 취약점을 악용한 금융사기에 대처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다. 반드시 현장에서의 현금의 입출금이 가능하기 때문에 모바일 뱅킹으로 인한 금융 사기를 피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최근에는 은행권 오픈뱅킹 도입을 계기로 비상금 계좌를 감추려는 고객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은행에서 모든 계좌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이로 인해 개인의 금융 프라이버시가 취약해 졌다. 결국, 오픈뱅킹 도입 후 본인의 계좌 상황을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수요가 늘면서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게 은행권 설명이다.
스텔스 계좌란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stealth)' 기술에서 따온 표현으로, 온라인에서는 '보이지 않는' 계좌를 말한다. 당연히 오픈뱅킹에도 드러나지 않아, 기혼자들의 비상금 통장 또는 비자금 계좌로 입소문을 탔다.
시중 은행 관계자 "스텔스 계좌는 기본적으로 타인이 내 금융자산을 들여봤을 때 고스란히 재무 정보가 드러나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며 "금융 프라이버시'를 지키려는 고객들의 수요와 맞물리면서 기혼 남성들이나 주부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스텔스 계좌는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전자금융 거래를 차단한 '보안 계좌'와 온라인상에서 계좌가 보이지 않도록 하는 '계좌 감추기' 두 가지로 나뉜다
신한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에선 '보안계좌 서비스'라는 명칭으로 스텔스 계좌를 제공한다. 온라인에서 신청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세이프 계좌'란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만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만 신청,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우리은행은 보안계좌 서비스 외 '시크릿 뱅킹' 서비스도 추가 제공한다. 보안계좌보다 강화된 보안성을 갖춘 게 특징이다. 이용자가 직접 영업점을 찾아 서비스를 신청해야 한다. 영업점에서 확인해도 계좌가 노출되지 않는다. 돈을 찾을 때 지점장 승인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