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밀어붙이기가 21일 주춤한 모양새다. 마음만 먹으면 거칠게 없지만 과거 우군이었던 정의당이 등을 돌린데다 당 내부의 반대 목소리가 부쩍 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일각선 중재안 카드 얘기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에 국민의힘과 정의당 등 야권은 속수무책이다. 원내에선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가 유일한 대응책이지만, 회기가 끝나면 자동종료되는 규정을 이용해 임시국회 회기를 하루 단위로 쪼개는 ‘살라미 전술’로 무력화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회의장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박병석 의장이 자당 출신인 만큼 설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검수완박을 막을 또 다른 수단은 대통령 거부권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 시점을 고려하면 25일 안에만 국회 문턱을 넘으면 된다. 헌법상 대통령의 거부권은 15일간 유효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한 검수완박은 내달 3일 현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의결된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섣불리 단독처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당 안팎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권 의원들의 반대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민주당 출신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전날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민주당 내 강경파 모 의원은 (검수완박 안 하면) 죽는다고 했다. 다른 분한테선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고 폭로했다.
당내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검찰개혁을 향한 우리의 조급함이 너무나 우려스럽다”고 했고, 이소영 의원은 당 소속 의원 171명 전원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이러한 법안 처리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재명 상임고문 측근인 김병욱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민형배 의원의 탈당을 거론하며 "우리 당이 비판받아 온 내로남불 정치, 기득권 정치, 꼼수 정치 등 모든 비판을 함축하는 부적절한 행위"라며 "민주주의 가치를 능멸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반대 의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에 일각선 타협의 여지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의당이 이날 자체 중재안을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어서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의당이 공개적으로 의견을 줬고 그 외 시민사회 등 여러 의견들을 충분히 들어서 법안을 수정할 수 있는 건 수정도 해가는 절차를 이행하려 한다”고 밝혔다.
야권 관계자는 "정의당 자체 중재안에 이어 국민의힘까지 야권 중재안을 반영해 합의한다면 (윤 당선인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쫓겨) 급하게 하지 않고 충분한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