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과거 물가 오름세 심화에 대응했던 독일과 미국, 영국의 통화정책 운용 성과를 분석하고, 인플레이션 정책 모의실험 등을 통해 내놓은 결과다.
한국은행은 17일 ‘고(高)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통화정책 운용’ BOK이슈노트 보고서를 통해 1970년대 석유파동 발생 시 금융완화 기조를 적극적으로 축소했던 독일의 정책 성과가 재정 및 통화정책 기조를 모두 확장적으로 운용했던 미국과 영국보다 우월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최근 주요국의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물가상승압력이 크게 증대되고 있다. 3월 기준으로 미국, 유로 지역, 영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8.5%, 7.5%, 7.0%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3월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까지 상승했고, 근원물가 상승률은 3%에 근접했다. 물가 불안 심리 증대로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향후 고인플레이션을 예상하는 경제 주체들이 증가하고 있다.
먼저 보고서는 과거 대표적인 고인플레이션 발생기인 1970년대 제1, 2차 석유파동기 주요국의 정책대응 사례를 비교했다.
당시 미국과 영국은 인플레이션이 유가 상승 등 주로 비용 측 요인에 기인한다고 인식했다. 이에 따라 임금인상 억제, 임대료 상한 설정 등 주로 가격통제정책으로 대응하고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재정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영했다.
그 결과 미국과 영국은 석유파동기가 끝난 1980년대 초반까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등 거시경제의 어려움이 계속됐다.
반면, 독일은 물가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통화정책은 긴축적으로, 재정정책은 경기둔화에 대응해 확장적으로 운영하는 정책조합을 선택했다. 이후 전반적으로 물가와 고용이 안정되는 등 비교적 양호한 경제여건이 이어졌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고 경제주체 들의 물가 불안 심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 불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장기 시계에서 거시경제의 안정을 도모하는 데 바람직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우리나라 거시경제 여건을 반영한 모형분석을 통해서도 같은 시사점을 도출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 물가 지속성이 높아질수록 수요와 공급 충격 발생 시 높은 물가상승압력이 상당 기간(6분기 이상) 지속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높은 물가 오름세가 장기간 이어짐에 따라 경제 주체들의 실질구매력 저하 등으로 중기적 시계에서 경기의 하방압력이 빠르게 확대됐다.
보고서는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이 중기적 시계에서 거시경제 안정화를 위한 핵심 요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