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조기 위암 환자에 대해 위를 잘라내지 않고 보존하는 수술이 가능하다는 것을 규명했다. 이에 따라 위암 표준수술로 알려진 위절제술 시행 후 환자가 겪게 되는 소화기 증상과 전신 증상에 따른 환자의 삶의 질 저하를 낮추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이다.
국립암센터 위암센터 외과 류근원<사진> 교수 연구팀은 조기 위암에서 감시림프절 생체검사(세포 또는 조직을 떼 진단) 시행 후 전이 음성인 경우 위절제술이 아닌 위보존수술 적용이 가능하고,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과 영양상태도 개선된다는 연구결과를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고 14일 밝혔다.
‘조기 위암 환자에서 복강경 위보존수술을 위한 감시림프절 생검: 무작위 임상연구’ 제목의 연구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국제학술지 임상종양학회지(Journal of Clinical Oncology) 3월호 온라인에 게재됐다. 임상종양학회지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의 공식학술지다.
위암 표준수술은 위절제술로 알려져 있다. 조기 위암의 치료 역시 일부 내시경절제술을 제외하고 모든 조기 위암환자에서 최소 60~70%의 위절제와 위 주위 림프절절제를 시행하는 표준 위절제술이 시행돼 왔다.
연구팀에 따르면 종양 직경 3cm 이하의 조기 위암의 경우 림프절 전이 확률이 10% 내외로 나머지 90%에서는 위보존수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수술 전 또는 수술 중 림프절 전이 여부를 정확하게 알 수 없어 재발 방지를 위해 표준 위절제술을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조기에 위암이 발견된 환자여도 표준 위절제술을 받게 돼 위절제 후에 발생하는 소화기 증상이나 전신 증상으로 인해 삶의 질 저하를 겪게 된다.
류근원 교수(종양외과학연구과 수석연구원)는 국내 7개 대학병원 16명의 공동연구진과 함께 580명의 조기 위암 환자에 대해 전향적 다기관 3상 무작위배정 임상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조기 위암 환자에서 위절제술이 아닌 감시림프절을 이용한 위보존수술이 위절제술과 비교할 때 수술 후 사망률 차이가 없고, 환자의 삶의 질과 영양상태를 향상시킨다는 것을 규명했다.
우선 연구팀은 조기 위암으로부터 처음 전이가 일어나는 림프절인 감시림프절을 이용한 위보존수술을 시행한 결과를 분석했다. 수술 중 방사선동위원소와 색소를 사용해 감시림프절 생검을 시행하고 병리검사상 전이 음성인 경우, 조기 위암 부분만을 절제하고 나머지 위를 보존하는 수술을 시행해 그 결과를 표준 위절제술과 비교했다.
감시림프절 위보존수술 후 일부 환자에서 재발 또는 보존된 위에서 이시성 위암(재발암)이 발생했으나, 이 경우 표준 위절제술을 추가 시행하면 최초 표준 위절제술을 시행한 경우와 동등한 생존율을 유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연구팀은 위보존수술을 받은 환자는 일반인에 가까운 식생활과 일상생활이 가능해 삶의 질이 향상되고 영양상태도 개선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류 교수는 “기존에 감시림프절 위보존수술이 가능할 것이라는 추측은 있었으나 검증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를 토해 생존율 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조기 위암에서 위보존수술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를 임상에서 시행하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또 류 교수는 “복강경 감시림프절 위보존수술은 일부 환자에서 재발 또는 이시성 위암 소견이 발견되더라도 추가로 표준 위절제술을 시행하면 표준수술과 비교해 사망률 차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조기 위암 환자의 삶의 질까지 제고할 수 있다”며 “이러한 수술방법이 실제 시행될 수 있도록 의료계와 보험체계 등 제반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