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K백신 개발사 9곳, 엔데믹 조짐에 전략 수정

입력 2022-04-06 16:03 수정 2022-04-0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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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엔데믹(풍토병) 전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에 의한 대규모 감염과 증상 완화로 코로나19의 위험성이 한결 감소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백신의 역할과 필요성 역시 줄어들면서, 후발주자로 백신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효능과 함께 시장성을 확보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6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국내에서는 제약·바이오기업 9곳이 코로나19 백신 임상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2곳만 임상 마지막 단계인 3상을 완료했거나 진입했으며, 절반에 가까운 4곳은 아직 임상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속도가 현저히 뒤처진 가운데 엔데믹 선언이 가까워지자 대다수 기업은 백신 개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부스터샷으로 선회…임상 속도 당긴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GLS-5310'의 임상 2a상 환자 등록을 마친 진원생명과학은 부스터샷 전용 백신을 개발하는 것으로 후속 임상의 방향을 틀었다. 투약 완료를 앞둔 임상 1/2a상 결과를 통해 안전성과 백신 면역반응의 유효성이 확인되면, 기존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부스터샷 임상 2b/3상 연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진원생명과학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시험계획 변경 승인을 통해 임상 2a상 대상자를 300명에서 120명으로 변경, 126명 등록을 완료했다. 현재 122명이 2차까지 접종을 마쳤으며 나머지 4명도 이달 중 모든 접종을 끝낼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상반기 중간 분석에 착수해 하반기에 결과를 확인하고, 부스터샷 전용 백신으로 임상 3상까지 신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mRNA 백신 'EG-COVID'를 개발 중인 아이진은 지난달 30일 임상 1상 투약을 마쳤다. 약 1개월간 관찰 기간을 거쳐 안전성 데이터를 도출하고, 다음 단계를 진행한다.

아이진 역시 부스터샷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을 계획 중이다. 이달 중 호주에서 부스터샷 임상 1상 투약을 개시, 안전성이 확인되는 대로 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임상 2a상을 실시한다는 전략이다.

회사 측은 "호주 부스터샷 임상은 백신 접종을 완료자를 대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빠른 투약이 가능할 것"이라며 "오미크론 전용 백신도 개발하고 있어, 면역원성 비임상 결과가 나오는 대로 호주·남아공 2a 임상에 오미크론 전용 백신 시험군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속도를 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mRNA 백신 자급화를 위해 설립된 K-mRNA 컨소시엄의 에스티팜은 변이 대응 부스터샷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에스티팜의 mRNA 백신 후보물질 'STP2104'은 지난달 24일 임상 1상 승인을 받았다.

에스티팜은 임상 진입이 가장 늦은 만큼 오미크론은 물론 최근 나타난 스텔스 오미크론까지 타깃하는 후보물질 2종을 확보하고 효능평가 및 비임상 독성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임상 2상·3상은 변이종 부스터샷을 개발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화이자의 5~11세용 백신.  (사진제공=한국화이자제약 )
▲화이자의 5~11세용 백신. (사진제공=한국화이자제약 )

오미크론 백신으로 승부…해외 시장 공략

유바이오로직스는 국내 백신 개발 기업 가운데 SK바이오사이언스에 이어 두 번째로 임상 3상에 착수했다. 4000명을 대상으로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 상대적으로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서 다국가 임상을 진행, 임상 결과를 조기에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자체 플랫폼 기술로 개발한 '유코백-19'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되면서 동일 기술을 이용한 오미크론 대응 백신도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오미크론 백신 임상은 상반기 중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유바이오로직스는 백신 개발에만 성공하면 아시아와 중남미 등 인구가 많은 중소 소득 국가에서 충분한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연간 최대 2억 회분까지 백신 생산이 가능한 설비를 갖추고 있다.

지난 1월 임상 2b상 승인을 받은 셀리드는 오미크론 변이 대응 백신 후보물질을 도출해 임상 진입을 위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대응 백신에 대해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연구개발 지원을 받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임상 3상 시험 중간결과를 통해 조건부 허가를 받을 경우 출시가 가능하다"면서 "냉장조건에서도 몇 달씩 안전한 백신이기에 백신 보급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에서 수요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차세대 mRNA 백신 'QTP104'의 임상 1상을 진행하는 큐라티스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방어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 이 백신은 기존 mRNA 백신보다 적은 양으로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고, 안전성도 높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한다.

국내 백신 확보 이미 충분…제넥신은 임상 철회

방역당국은 올해 가을·겨울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할 가능성이 대비해 백신 접종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누적 233만 회분이 넘는 백신이 폐기됐으며, 연내 약 1억5000회 분이 선구매 계약을 통해 추가 도입될 예정이란 점에서 당분간 국산 백신이 국내에서 비집고 들어설 자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 임상에 진입했던 제넥신은 최근 글로벌 개발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미 승인된 인도네시아 임상 2/3상을 자진 철회하고, 아르헨티나 임상 신청도 철회했다.

제넥신 측은 "엔데믹 시대로 전환됨에 따라 새로운 백신 개발에 대한 긴급성이 떨어졌고 시장의 수요가 낮아졌다"면서 "위약을 맞아야 하는 임상 대상자에 대한 윤리성 문제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합성항원 방식으로 개발한 'IN-B009주'의 임상 1상을 마친 HK이노엔은 개발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아직 후속 개발 여부나 방향에 관해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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