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제약·바이오기업이 지난해에도 고용을 확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일자리 창출 효자 산업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그러나 여성 고용 비율과 처우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연구개발(R&D) 강화로 제약·바이오산업에서 여성의 역할이 커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남성보다 덜 뽑고 덜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투데이가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상장 제약·바이오기업의 2021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매출 상위 10개 기업의 지난해 말 기준 임직원 숫자는 1만9643명으로 집계됐다. 전년(1만7909명)보다 9.7% 증가한 규모로, 조사 대상 10개 기업 가운데 9개 기업이 고용을 늘렸다.
증가 폭이 가장 큰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2020년 말 기준 2886명이었던 임직원 숫자가 2021년 말에는 3959명으로 1074명(37.2%) 늘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전날 정기 주주총회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속에서도 대규모 채용을 지속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2020년 말 827명에서 지난해 말 1001명으로 임직원이 21% 늘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위탁생산(CMO) 사업의 호황을 드러냈다. 전통 제약사 중에서는 제일약품(7.7%)과 종근당(7.3%)이 고용을 많이 늘렸다.
한미약품은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임직원이 소폭(-2.9%) 감소했다. 회사 관계자는 "수시채용이 진행되다 보니 채용과 인력 배치 일정에 시차가 생기면서 실제 인원과 사업보고서 상 숫자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임직원 숫자는 늘었지만, 여성 고용 비율은 2020년과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10대 제약·바이오기업의 여성 임직원 비율은 평균 30%로, 10명 중 3명만 여성이었다.
여성 고용 비율이 가장 높은 회사는 셀트리온(42%)이지만 절반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39%)와 SK바이오사이언스(37%)가 뒤를 이어 바이오기업의 여성 임직원 비율이 전통 제약사보다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R&D 부문에 여성 임직원이 많이 채용되면서 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 여성 비율이 높은 편"이라며 "전통 제약사의 경우 영업 직무에서 남성 비율이 높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성 임직원 비율이 가장 낮은 기업은 제일약품과 JW중외제약으로 각각 23%를 기록했다. 이어 유한양행·GC녹십자(25%), 한미약품(29%), 대웅제약(30%), 종근당(31%) 순이었다.
여성은 평균 연봉도 남성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제약·바이오기업의 남성 평균 연봉은 7510만 원, 여성 평균 연봉은 5970만 원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1540만 원 적게 받고 있었다.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남성 평균 연봉이 6000만 원 미만인 기업은 없었지만, 여성 평균 연봉이 5000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은 2곳이었다.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기업은 유한양행으로 남성이 9700만 원, 여성이 4000만 원을 받아 3300만 원의 차이를 보였다. 유한양행의 남성 평균 연봉은 10개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며, 여성 평균 연봉은 전통 제약사 7곳 중에서는 가장 높았다.
제일약품은 남성 6100만 원, 여성 4300만 원으로 1800만 원의 임금 격차를 기록해 유한양행의 뒤를 이었다. 여성 연봉은 조사 대상 기업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대웅제약은 남성 7200만 원, 여성 5500만 원으로 1700만 원, 한미약품은 남성 7600만 원, 여성 6000만 원으로 1600만 원의 격차를 보였다.
임금 격차가 가장 적은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였다. 남성 평균 연봉은 8200만 원, 여성 평균 연봉은 7400만 원으로 임금 격차는 800만 원이었다. 10개 기업 중 유일하게 1000만 원 이하의 격차를 보인 곳으로, 전년(1400만 원)보다 차이가 더 줄었다.
셀트리온은 남성 8100만 원, 여성 71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격차가 소폭 증가한 1000만 원을 기록했다. GC녹십자는 1100만 원으로, 여성 임직원 비율은 높지 않지만 평균 연봉은 전통 제약사 중 가장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