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에 배치된 이후 올해 열린 '인터배터리 2022'를 포함해 이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총 네 번 현장을 찾았다. 매년 이슈는 바뀌었지만 지난해까지 열린 행사들에서는 주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경쟁이나 갈등 구조가 주목받아왔다.
2019년 말 처음 찾은 행사에서 단연 화두는 LG와 SK가 진행 중이던 세기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전이었다. 개막식에 참석한 각 회사 관계자들이 상대편 부스를 관람하는 모습과 태도가 부각됐다. 이날 기자는 김종현 당시 LG화학 전자사업본부 대표에게 질문을 하나 했는데 “SK와 대화할 의지가 있느냐”였다.
다음 해 열린 행사에서도 소송은 이어지고 있었고 역시 양측의 갈등이 주된 관심거리였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자사 배터리의 가장 큰 장점으로 ‘안전성’을 강조하며 그즈음 잇따른 화재로 곤욕을 치르던 LG화학을 에둘러 겨냥했다.
지난해 행사는 LG와 SK의 소송이 극적으로 타결한 이후 열렸기 때문에 양측의 갈등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LG와 SK를 비롯해 삼성SDI 등은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 등 배터리 기술력과 기술 개발 계획을 소개하며 경쟁에 열을 올렸다.
얼마 전 열린 ‘인터배터리 2022’에서도 배터리 업체들은 모터쇼장을 방불케 하는 전시로 완성차 업체들과의 네트워크와 기술 경쟁력을 힘껏 뽐냈다.
이전 행사들과 달랐던 부분도 있다. '위기의식'이다. 특히 배터리 업체 수장들은 원자재 가격 급등이라는 불확실성에 대해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전영현 한국전지산업협회 회장(삼성SDI 부회장)은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 현상에 대해 “지금까지 많은 원자재 공급사를 발굴했지만 우려가 많이 된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내년 열리는 인터배터리에서는 어떤 이슈가 화두가 될까.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 간의 경쟁 구도가 심화하고 대외적인 불확실성마저 커지는 상황에서 어쩌면 K배터리들의 '공생'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