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쿠팡의 적자는 ‘적자’일 뿐이다

입력 2022-03-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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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된 적자입니다.” 이커머스 업계를 담당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쿠팡측의 말을 듣고 많이 놀랐다. 이전에 출입했던 주요 전자ㆍ중공업 기업들에 적자는 엄청난 위기 신호이다. 적자가 계속되면 나름의 성과가 있는 최고경영자(CEO)도 갈아치운다. 이들과 달리 적자에 연연하지 않는 듯한 쿠팡의 태도가 놀라웠다.

40~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주요 대기업들과 달리 설립된 지 이제 겨우 10년을 넘은 쿠팡으로서는 어쩔수 없는 전략일 수 있다. 존재감을 키우고 이커머스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려면 손실을 감내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에 따른 성과는 일찍 나타났다. 야심차게 선보인 로켓배송(이르면 주문 당일에 제품을 배송하는 서비스)에 편리함을 느낀 소비자들이 쿠팡을 계속 찾기 시작한 덕분이다. 작년 4분기에는 쿠팡에서 한 번이라도 구매한 적이 있는 활성고객 수가 전년보다 21% 증가한 1800만 명에 육박했다.

그 결과 쿠팡은 지난해 22조 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했다. 전통의 오프라인 강자인 이마트(16조4514억 원)보다 훨씬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이커머스 자회사인 SSG닷컴(1조4942억 원) 매출을 합쳐도 쿠팡을 넘지 못한다.

그럼에도 적자는 적자일 뿐이다. 아무리 작은 눈송이도 쌓이면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듯, 늘어나는 적자는 기업의 재정 건전성에 타격을 준다. 나아가 기업의 장기플랜 수립에 장애물로 작용한다.

쿠팡의 작년 영업손실액은 약 1조8000억 원이다.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대기업들의 연간 영업이익과 비슷한 수준이다. 천문학적인 적자 탓에 50달러 가까이 올랐던 쿠팡 주가는 10달러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최근에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비전펀드가 쿠팡 주식 10억 달러를 매각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쿠팡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료 회원제인 와우멤버십 요금(신규 회원 대상)을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올렸다. 3자 물류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쿠팡 창립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올해가 실적 개선을 위한 가장 중요한 한 해”라고 강조했다. 쿠팡에게는 올해 ‘적자 축소’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다. 적자를 줄여야만 쿠팡이 원하는 '과감한 투자'를 지속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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