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중심으로 세계 경기 회복세가 양호하게 이어지고 있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지만 경기 침체가 함께 오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꼬리 위험'이란 게 있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큰 충격을 주는 쪽으로 간다면, 세계 경제가 영향을 받으니 계속 주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꼬리 위험'이란 발생 가능성이 작고 예측하기 어렵지만 한번 위험이 발생하면 큰 영향을 미치는 걸 말한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충격 가능성에 대해서도 박 부총재보는 "실질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낮은 상황이 지속하고 있고, 통화 유동성 증가율도 아직 높다"며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한다고 해서 경기침체로 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한은은 오히려 물가 급등, 누적된 금융 불균형 등의 위험을 다시 거론하며 추가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코로나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2.0%)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기준금리 인상) 시기는 △코로나19 전개 상황 △기준금리 인상의 파급효과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 △성장과 물가의 흐름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최근 가계부채, 주택 가격 추이에 대해서도 여전히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은은 "최근 가계부채 상승률과 주택가격 오름세가 다소 완화되고 있으나, 그동안 금융 불균형 위험이 지속적으로 상당폭 누증돼온 만큼 이 위험을 기조적으로 줄여나갈 필요성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수급 상황, 자금조달 여건, 정부 정책 등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데다 가계대출에도 부동산과 주식시장 등의 상황에 따라 투자 자금 수요가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한은은 보고서에서 지난해 8월 이후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파급 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경제성장과 물가 등 실물경제에 대한 파급영향이 현재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전반적인 금융여건이 여전히 완화적인 가운데, 이 같은 완화적 금융 상황에서는 긴축적 금융 상황에 비해 기준금리 인상의 실물경제 파급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분석됐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반면 금융시장에는 정책효과가 원활히 파급되면서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가 일부 완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했다.
한은은 "정부의 강화된 대출 규제에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이 가세하면서 가계대출의 증가세가 둔화하고 주택가격의 오름폭도 크게 축소되는 등 금융안정 리스크는 일부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 "향후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은 성장, 물가 및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따른 장단기 비용·편익을 균형 있게 고려해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특히 물가 지표와 기대 인플레이션 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나타나는 2차 효과의 확산 여부를 면밀히 살펴보면서 인플레이션 리스크 변화에 유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