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에너지에 대한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 가격 급등이 국내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물가상승압력이 애초 예상보다 크고 오래 지속됨에 따라 우리나라뿐 아니라 주요국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이 큰 폭 상향 조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 이후 3%대의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근원물가 상승률도 외식 등 개인 서비스와 내구재를 중심으로 2% 후반 수준까지 빠르게 상승했다.
물가상승압력이 근원품목으로 광범위하게 확산하며 물가상승률이 2%를 웃도는 품목의 비중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은 지난해 이후 경제활동 재개, 탄소중립 추진 등으로 수급불균형이 지속되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되면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
보고서는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구조적인 수급불균형이 지속되며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가격 급등이 국내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식료품 가격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로 인해 곡물 가격을 중심으로 상승압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세계식량가격은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후 생산비 인상, 이상기후 등으로 상승하면서 식료품 가격에 대한 상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향후 감염병 상황이 안정되면서 재화소비와 서비스소비 간 불균형이 줄어들 경우, 글로벌 공급 차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복원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공급망이 재편되는 등 글로벌 분업체계(GVC)가 약화될 경우 물가상승압력이 구조적으로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임금상승 압력의 경우, 우리나라 일부 부문에서 인력난이 발생하고 있으나 전반적인 노동시장 수급불균형 정도와 임금상승압력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물가상승압력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임금ㆍ물가 상호작용을 통해 임금상승압력이 더 높아지고 목표 수준을 웃도는 높은 물가 오름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는 "물가상승압력이 높은 수준에서 상당 기간 지속될 경우 기업의 생산비용이 높아지고 소비자의 실질구매력이 저하되는 등 경제주체의 부담이 커지면서 국내 경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이에 적극적으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